No. 1621 [칼럼니스트] 2016년 8월 16일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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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유럽 세 나라 여행6- 대단한 머저르
박강문    (서울칼럼니스트모임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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엿새째 2016.08.08. 월요일 맑음.
브르노 - 부다페스트

브르노의 그랜드 호텔에서 아침 식사를 한 뒤, 포터를 불러 짐을 방에서 내려오게 했다. 버스를 타고 부다페스트(Budapest)로 떠났다. 네 시간 반 걸리는 것으로 돼 있으나 여섯 시간 걸렸다. 부다페스트는 대도시인데 고속도로에서 벗어나 꽤 오래 시골 좁은 길을 달렸다. 출구를 잘못 짚은 것 같았다. 점심 먹을 시간이 지나 배고픈데도 점잖은 사람들이라 불평하는 이가 없었다.

헝가리인은 자기 민족을 머저르(Magyar)라고 부른다. 긴 세월 머저르는 몽골, 터키, 오스트리아, 소련 등에 차례로 괴롭힘을 당했으나, 굳건하게 정체성을 지켜 왔다. 유럽 국가들에게 둘러싸여서도 고유 언어를 유지해 왔으며 성을 먼저 쓰고 이름을 뒤에 쓰는 관습을 잃지 않았다. 먹는 음식이나 기질에서 우리 민족과 비슷한 점을 볼 수 있다고 한다. 그들이 대단한 민족이라는 것은, 인구 1천만인데도 노벨상 받은 이가 13명이나 된다는 데서 알 수 있다.

부다페스트는 다뉴브 강을 사이에 두고 부다 지역과 페스트 지역으로 이루어져 있다. 두 도시가 하나로 합쳐진 것이다. 페스트 지역은 평평한 상업 지역이고, 언덕이 있는 부다 지역은 왕궁 등 오래된 사적이 많다.

구룡대주점(九龍大酒店)에서 중국 음식을 시장하기도 하고 음식 맛도 좋아서 많이 먹었다. 그런데, 이 날 돌아다니면서 연신 물을 들이켜야 했다. 음식이 짜서였을까 아니면 조미료를 많이 쓴 탓일까.

내일이면 아침 일찍 오스트리아 빈으로 떠나야 하기에, 부다페스트 둘러보는 것은 늦은 오후 반나절과 저녁밖에 시간이 없다.

영웅광장으로 쪽으로 걸어가다 보니, 나이 지긋하지만 멀쩡해 보이는 이들이 줄을 서 있었다. 무료급식소에 모인 사람들이라고 했다.

영웅광장은 건국 1천년을 기념하여 1896년에 만든 것이라 한다. 광장에는 거대한 조형물이 있다. 중앙에 36m 높이의 높다란 기둥이 있고 그 위 청동 조각상 가브리엘 천사가 두 날개를 치켜 펴고 있다. 이 기둥 좌우로 곡선 형태의 커다란 주랑(柱廊)이 있는데, 여기에는 헝가리 영웅들의 조각상이 있다. 광장은 정말 넓은 마당이었다.

영웅광장 앞쪽에서 곧게 쭉 뻗은 큰 길이 안드라시 (andrassy) 거리. 파리로 치면 개선문에서 쭉 뻗은 샹젤리제 거리에 해당한다. 고급 상점들이 많이 보인다.

전세버스를 타고 에르제베트 다리를 건너 부다 지역으로 갔다. 거기서 어부의 요새, 마차시 성당, 부다 왕궁을 구경하였다. 왕궁이 여기 자리잡은 것은 강을 내려다보는 언덕이라 방어하는데 잇점이 크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어부의 요새는 유네스코에 등재된 사적. 19세기에 다뉴브 강 어부들이 적군의 왕궁 침입을 저지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애국 유적이다. 마차시 성당은 뾰족한 첨탑이 있는 고딕 양식의 건물로서, 알록달록한 모자이크 지붕이 특징이다. 부다 왕궁의 건물 안에는 박물관, 현대미술관, 도서관 등이 들어 있는데, 시간 제약으로 들어가 보지 못했다. 미술관에서는 피카소전이 열리고 있었다. 미술관 앞 마당에는 오스만 투르크 군을 무찔렀다는 외젠 왕자의 기마 동상이 있는데, 받침대에 시원한 옷차림의 젊은이들이 올라가 해바라기하고 있었다. 그 모습들이 건강해 보였다.

같은 언덕에 있는 시타델라(Citadella)도 안에 들어가지 않고 외벽 쪽만 보았는데 매우 견고해 보였다. 여기 온 사람들의 더 큰 관심은 강 건너 페스트 지역을 내려다보는 데 있는 것 같았다. 시타델라는 성채(城砦)라는 뜻이다.

말 달리며 곁눈질하듯 부다 언덕의 요소들을 본 뒤에는 다시 페스트 지역으로 건너가 성 이슈트반 성당의 안팎을 살펴보았다. 헝가리 역사상 가장 강력하고 현명한 왕이었던 이슈트반의 이름을 붙인 성당이다. 이슈트반은 스테판을 헝가리식으로 부르는 이름이다. 둥근 돔을 이고 있는 이 성당은 웅장하다. 건물 앞쪽 가운데에 크게 EGO SUM VIA VERITAS ET VITA라고 황금 빛으로 씌어 있다. 라틴어로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니라.”라는 글귀. 안에 들어가 보면 돌기둥 하나가 몇 아름씩 된다. 내부 장식이 호화로우며 장중하다. 미사가 진행되고 있어 뒤쪽에만 조용히 있다 나왔다.

부다페스트의 옛 건축물들은 크고 탄탄하다. 헝가리인의 기술과 경제력이 대단했음을 알 수 있다.

저녁 식사로는 시내 삭당에서 고기와 채소가 푸짐하게 나오는 헝가리 음식을 먹고나서, 전세낸 배로 우리 일행만 타고, 부다페스트의 다뉴브 강 야경을 보러 나갔다. 이 야경이 볼 만하다 해서 대개들 관광 코스에 넣는 듯했다. 양쪽 강안의 큰 건물들이 조명을 받으며 아름다움을 자랑했다. 그 중에 국회의사당 건물이 가장 웅장하면서도 멋이 있었다. 우리 국회의사당도 더 좀 멋지게 지었더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뉴브 강 물결은 생각보다 크게 출렁였다.

다뉴브 강의 힘찬 밤물결을 머릿속에 되새기면서, 호텔 머큐어 부다 부다페스트(Hotel Mercure HBuda Budpest)에 짐을 풀었다. 로비가 넓고 깨끗해 좋은 호텔이구나 하고 생각했다.

카드 열쇠를 받아들고 650호실에 들어갔는데, 웬걸, 방에서 악취가 났다. 악취의 근원을 살피니 욕실의 샤워 커튼이었다. 언제 빨았는지 썩은 냄새가 진동했다. 프론트에 샤워 커튼을 바꿔달라고 했다. 밤이라 그것을 바꿔줄 사람이 없다는 대답. 그러면 커튼을 치워달라고 했고 프론트 직원이 올라와 걷어 갔다. 그러나 방의 냄새는 여전했다. 방바닥 카펫과 벽지를 보니 오랫동안 갈지 않은 것이었다. 도저히 그 방에서 잘 수 없기에 다른 방으로 바꿔달라고 요구해 711호실로 옮겼다. 요금을 추가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받았다. 7층 방은 확연히 달랐다. 커튼도 방바닥도 벽도 깨끗하고, 6층 방에 없던 커피포트까지 있었다.

- 2016.08.16.

동유럽 여행기 목차

  • 동유럽 세 나라 여행1 - 기대를 안고 떠나다
  • 동유럽 세 나라 여행2 - 재활용 널
  • 동유럽 세 나라 여행3 - 호엔 잘츠부르크 요새의 '사랑의 동굴'
  • 동유럽 세 나라 여행4 - 빵 속에 담긴 수프
  • 동유럽 세 나라 여행5 - 블타바강, 카프카
  • 동유럽 세 나라 여행6 - 대단한 머저르
  • 동유럽 세 나라 여행7 - 우아한 궁전 음악회
  • 동유럽 세 나라 여행8 - 또 모차르트, 드디어 클림트
  • 동유럽 세 나라 여행9 - 맺음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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