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1617 [칼럼니스트] 2016년 8월 15일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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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유럽 세 나라 여행2 - 재활용 널
박강문    (서울칼럼니스트모임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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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쨋날 2016년 8월 4일 목요일. 흐림.
빈 - 멜크 수도원 - 장크트 길겐 - 할슈타트 - 잘츠부르크

오늘 일정은 하룻밤 잔 빈의 르네상스 호텔을 출발하여 도중에 몇 곳 관광지를 본 뒤 잘츠부르크에 가는 것이다.

서울서 아침 7시에 울리도록 한 자명종을 그대로 두고 잤더니, 이곳 빈에서 밤12시에 울어댔다. 서울과 빈의 시차가 일곱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한번 잠을 깨고는 거의 잠을 다시 이루지 못했다.다시 잠을 청해 뒤척거리다가 다섯시에 일어나 일곱시 반에 식사했다. 르네상스 호텔의 아침 뷔페는 좋았다. 어제 먹은 한식에 질려 더 그렇게 느껴지는지도 몰랐다.

왕궁이 수도원으로

한 시간 거리인 멜크 수도원(Stift Melk)에 갔다. 이곳은 잘츠부르크 가는 고속도로를 타고 간다. 고속도로는 왕복 4차로로 돼 있다. 목적지 방향인 두 차로의 차가 아무 소리 없는데 갑자기 1차선 차는 모두 중앙선 가까이로, 2차로 가던 차는 하나같이 갓길로 붙었다. 오스트리아에서는 전방에서 사고가 나면 이렇게 해서 구난차와 구급차에 길을 터 준다고 가이드가 설명했다. 마치 모세가 홍해를 가르듯 차들이 쫙 비켜주는 것이 신기했다.

독일 고속도로가 최고 속도 제한 없는 것과는 달리 이 오스트리아 고속도로는 시속 100km가 한도였다. 차장 밖으로는 끝도 없이 숲이 이어졌다. 이 나라는 대개 완만한 구릉지대로 돼 있고 경작지나 목초지도 많아 오스트리아가 농림국임을 알겠다. 도로와 숲, 경작지와 풀밭, 건물들이 모두 깔끔했다. 국토 넓이는 남한하고 비슷한데 인구는 847만(2013집계)밖에 안 되니 여유로운 공간 속에서 산다.

멜크 수도원에는 입장료 10유로 50센트(단체 적용)씩 내고 들어갔다. 합스부르크(Habsburg) 가문에 앞서 오스트리아를 통치하던 바벤베르크(Babenberg) 왕조의 왕궁이었던 것이 18세기에 가톨릭 교회에 기증되어 수도원이 되었기에, 그 건물 규모와 소장품 수량, 예배당 천장화의 회화기법 등이 수도원이란 명칭에 걸맞지 않게 대단했다. 움베르토 에코의 흥미진진한 소설 ‘장미의 이름’을 영화로 만들 때 이 수도원을 무대로 했다고 한다. 이 수도원의 도서관 내부는 그윽한 분위기를 풍긴다. 수도원 건물들의 벽에는 라틴어로 성경 구절 등이 씌어져 있었다.

재환용 널, 군주의 배려

수도원 내부에 전시된 물건 가운데는 성인의 뼈나 이도 있었는데, 보석으로 치장되어 있었다. 아주 특이한 재활용 널도 보았다. 이 널은 손잡이를 당기면 밑바닥이 열리면서 시체가 아래로 떨어지게 돼 있었다. 계몽군주인 당시 통치자가 국민들의 장례비용을 줄여 주려고 고안한 것이라 한다.

언덕 위 멜크 수도원 뜰에서는 멜크강이 가까이 보이고 멀리 도나우강 줄기가 보였다. 구내 기념품 가게에서 멜크 수도원 책자를 샀다.

다음 목적지인 장크트 길겐(Sankt Gilgen)은 잘츠부르크 방향으로 계속 가서 2시간쯤 걸리는 거리에 있었다. 장크트는 성인이라는 뜻이다. 호숫가에 있는 이곳은 인구 3천명의 조용하고 작은 도시다. 여름이라 관광객과 수영객, 요트 타는 사람, 수상 스키 타는 사람이 많았다.

볼프강 호수, 달의 호수(몬트제) 등과 호숫가의 마을 들인 장크트 길겐(Sankt Gilgen)과 할슈타트(Hallstatt) 등을 포함한 잘츠카머굿(Salzkammergut) 일대는 오스트리아의 손꼽히는 풍광지구로 돼 있다. 잘츠카머굿은 소금창고라는 뜻이며, 이제는 소금을 캐지는 않지만 이 지역에 소금광산이 있다고 한다.

아, 슈니첼

장크트 길겐에 도착하여 주차장에서 가까운 엠-플레이스(m-place)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먹었다. 수프 한 그릇과 손바닥만큼 넓은 슈니첼, 후식으로 아이스크림이 나왔는데 내가 외국 여행 중 먹어본 것으로는 최악이었다. 수프는 잘게 썬 달걀지단처럼 보이는 건더기 대여섯 가닥이 들어 있는 멀건 국물이었는데 정말 맛이 없었다. 아내는 맛을 보더니 거의 먹지 않았다. 슈니첼은 돼지고기 튀김인데 이렇게 맛없는 ‘돈까스’는 내 생애에 처음이었다, 거기 곁들인 작은 감자 삶은 것 세 개, 가지 볶음 몇 조각도 맛이 없었다. 후식으로 나온 엉성한 아이스크림이 그나마 참을 만한 것이었다. 이 식당 슈니첼의 맛은 길겐 도시에서 받은 좋은 인상과 함께 길이 기억되리라.

선택 관광으로 호수 유람선 타기와 산악 케이블카 타기가 있었지만, 세 시간이나 쓰면서 해 볼 만한 일은 아닌 듯하여 거기 참여하지 않고 일행과 떨어져 장크트 길겐의 거리들을 보기로 했다. 거리 이곳저곳을 어슬렁거리거나 호반의 벤치에 한가로이 앉아, 물위에서 흔들거리는 요트들을 보면서 보냈다. 선택관광이란, 각자 부담으로 참여하는 관광이다.

아름다운 장크크 길겐서 만난 한국 음악가들

그러는 동안, 장크 길겐의 호반 공원 야외 음악당에서 서울에서 온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감상하는 행운도 만났다. 다른 동행자들이 누리지 못한 것이었다. 40여명으로 구성된 ‘서울 플륫 솔로이스츠 오케스트라’의 순회연주였다. 목관악기 합주, 독창 등을 들려 주었다. 잘 알려진 곡들이라 재미있게 들을 수 있었다. 이 오케스트라는 8월 7일 두시에 빈의 성베드로성당에서, 8월 10일 저녁 7시에 프라하의 루돌피눔 숙 홀(Rudolfinum Suk Hall)에서 연주하는 일정이 잡혀 있었다. 단원들은 대부분 젊은 여성들. 지휘 오경영, 소프라노 남지아, 테너 이승용, 오보에 이훈송.

장크트 길겐만큼 아름답고 깨끗한 곳을 본 적이 없다. 길겐에서 아름다운 집들을 보면서 사진을 엄청나게 많이 찍었다.

모차르트 하우스

장크트 길겐에는 모차르트 어머니와 누나가 살던 집이 있다. Mozarthaus Sankt Gilgen이라고 건물 벽에 크게 씌어 있다. 그들이 거주했던 사실을 알리는 표지가 지상과 건물 외벽에 있지만, 내부에 모차르트 가족과 관련된 물품들이 없는데도, 천재 작곡자의 음악을 좋아하는 많은 이가 이 건물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 간다.

이미 오늘 오전 빈에서 오는 길에 교통 정체가 있었기 때문에, 우리가 잘츠카머굿의 또 한 마을인 할슈타트에 들렀을 때는 어둑어둑해지고 있어, 바삐 구경해야 했다. 호숫가 산세가 험한 데에 집들이 지어져 있다는 것이 장크트 길겐과 구별되었다.



호텔 저녁 식사에 놀라다

잘츠부르크(Salzburg) 관광을 위해 이틀 동안 묵을 숙소는 잘츠부르크에 있는 것으로 돼 있었으나 시내는 아니었다. 잘츠부르크에서 좀 떨어진 아주 한적한 곳 장크트 레온하르트(St. Leonhard)에 있는 호텔 운터스베르크(Hotel Untersberg)였다. (호텔 주소: A-5083 St. Leonhard, DR. Friedrich-Oedl-Weg1, 전화: +43-(0)62 46 ?7 25 75, 팩스: DW-5, 이메일: office@hoteluntersberg.at)

이 호텔에 도착한 것은 저녁 늦게여서 몹시 시장했다. 저녁 식사는 호텔에서 먹게 돼 있었다. 이 호텔의 저녁 음식을 받고는 오스트리아 사람들을 저주해 마지 않았다. 점심 때의 슈니첼 악몽이 되살아났다. 수프는 소금물 같았고, 생선 요리는 뻣뻣하였다. 디저트 빼고는 먹을 만한 게 없었다. 방에 돌아와서 컵라면을 먹을까 했더니 커피포트가 없었다.

아침 일찍 산책 나갔다. 어제 찌푸리던 날씨가 더 나빠져 가랑비가 조금 내리고 었었다, 바로 길 건너에 관광안내소가 있기에 가 보았다. 직원은 출근 전이지만, 밖에 지도와 호텔 일람표를 집어 갈 수 있게 해 놓았다.

호텔 뒤쪽의 높고 가파른 산 이름이 운터스베르크였다. 영화 ‘사운드 뮤직’에서 ‘산을 오르며’라는 노래와 함께 나오는 마지막 장면에 멀리 배경으로 눈쌓인 높은 산이 보이는데 바로 그 산이라고 한다.

이 호텔의 위치를, 할슈타트에서 출발하려고 할 때, 버스 운전기사가 내비게이션에서 찾지 못해, 우리 인솔자가 한참 동안 인터넷 검색을 해서 찾아냈다. 이로 말미암은 지연 출발 때문에 호텔서의 저녁 식사가 많이 늦어졌다.

- 2016.08.15

동유럽 세 나라 여행기 묵차

  • 동유럽 세 나라 여행1 - 기대를 안고 떠나다
  • 동유럽 세 나라 여행2 - 재활용 널
  • 동유럽 세 나라 여행3 - 호엔 잘츠부르크 요새의 '사랑의 동굴'
  • 동유럽 세 나라 여행4 - 빵 속에 담긴 수프
  • 동유럽 세 나라 여행5 - 블타바강, 카프카
  • 동유럽 세 나라 여행6 - 대단한 머저르
  • 동유럽 세 나라 여행7 - 우아한 궁전 음악회
  • 동유럽 세 나라 여행8 - 또 모차르트, 드디어 클림트
  • 동유럽 세 나라 여행9 - 맺음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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