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1620 [칼럼니스트] 2016년 8월 16일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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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유럽 세 나라 여행4- 블타바강, 카프카
박강문    (서울칼럼니스트모임 회원)
http://columnist.org/parkk




닷새째 2016.08.07. 일요일 맑음.
프라하 - 브르노

호텔(Marriott Courtyard Prague Airport Hotel)에서 아침을 먹고 느긋하게 9시에 프라하 시내 관광에 나섰다. 하룻밤 잔 이 호텔에서 짐을 방에서 끌고 내려와 다시 버스에 실어야 했다. 승강기에서 가장 먼 방에 배치돼 가방 바퀴가 잘 안 구르는 카펫 복도를 한참 지나오느라 힘들었다. 전세버스 Globus 폴란드인 운전기사는 한결같이 미소 띤 얼굴로 맞아 주었다.

옛 시청 광장에 가서 시계탑의 천문시계탑 앞에가 매시 정각에 예수 열 두 사도 조각상이 돌아가면서 창문 쪽으로 모습을 보이기를 기다렸다. 정각이 가까워오자 사람들이 구름떼처럼 모여 시계탑을 쳐다보았다. 이 구경거리는 종소리가 시각에 맞춰 울린 다음, 시계탑의 닭이 꼬끼오 울면 끝난다.

광장에는 6백년전 프라하 대학의 첫 총장이었으며 종교개혁을 부르짖다 장작더미 위에서 불태워 죽임을 당한, 양심과 지성의 인물 얀 후스(Jan Hus)의 동상이 있다.

프라하는 블타바(Vltava) 강을 끼고 있다. 프라하에서 보는 이 강은 강폭이 넓고 수량이 많아 많은 배가 오간다. 체코의 보헤미아 지방 3분의 2를 관통하는 볼타바 강은, 스메타나의 곡 ‘나의 조국’의 주요 테마다. 이 곡의 둘째 악장이 바로 ‘블타바 강’. 흔히 ‘몰다우 강’이라 하나 몰다우는 독일어로 이 강을 이르는 말이다. 유유히 흐르는 블타바 강물을 굽어보니 아름다운 그 악곡이 귓전에 들리는 듯했다.

이 강을 가로지르는 다리 중에서 가장 유명한 다리는 체코 왕이면서 신성로마제국(Holy Roman Empire)의 황제였던 카를(Karl))4세가 세운 카를다리다. 너비 10m, 길이 520m라 한다. 이 다리의 구리판에는 1357년 세워졌다고 라틴어로 새겨져 있다. 고려말에 해당한다. 설계자는 비투스 성당을 설계했던 페테르 파를레르시. 전에 있던 다리가 홍수로 부서지자 튼튼하게 새 다리를 지었다는 것인데, 지금까지 끄떡없이 잘 있다고 한다. 다리 양쪽 끝에 탑으로 된 문이 있다. 예전에는 문에서 통행료를 받았다고 한다. 다리에 있는 조각상들마다 거기 얽힌 재미있는 사연이 있으나 들은 것을 다 기억한지 못한다.

관광 명소인 이 다리 위에 사람 물결이 그득했다. 거리의 화가 여러 명이 자리잡고 앉아 초상화와 캐리커추어를 그려 주고 있었다.

카를 다리에서 보니 카프카 박물관이 가까이 보였다. 이곳을 가 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프라하의 성당들은 모두 아름다웠으나. 일요일이라 안에 들어가 보지 못했다. 프라하 성 안의 박물관은 건물 외관만 구경하였다.

프라하 성에 가서는 대통령 집무실 앞의 위병 교대식을 보았다. 집무실에 국기가 올려진 것으로 보아 대통령이 일요일인데도 집무하고 있는 것이라고 가이드가 말했다.

점심 때는 카메니 수툴(Kamenny Stul) 레스토랑 2층, 광장을 내다보는 자리에서 맛있다는 체코 맥주를 곁들여 돼지 등갈비 구이를 먹었다. 체코 음식은 이제까지 다 맛있었다.

점심 먹고는 다시 옛 시청 앞 광장을 둘러보고 1968년 소련에 항거했던 ‘프라하의 봄’ 현장인 바츨라프 광장으로 갔다. 마당이라기보다는 넓고 긴 길이었다. 가는 도중 물건 값이 싸다는 하벨 시장이 있었지만 지나치기로 했다. 바츨라프 광장 일대를 본 뒤 한국인 면세점 가는 계획이 잡혀 있지만, 가이드에게 일행에서 이탈하여 카프카 박물관에 다녀오겠다고 말했더니 거리가 멀어서 시간상 어렵다고 했다. 그래서 옛 시청 앞 광장 뒤쪽에 있는 카페 카프카에만 다녀오기로 했다. 우리와 자주 한 밥상에 앉던 모녀가 따라 붙었다.

네 사람이 찾아간 카페 카프카는 그야말로 카페일 뿐이었으나, 안에 들어가니 벽면에 카프카 사진들을 프린트해 놓았고 언더우드 옛 타자기, 옛 잉크 스탠드와 펜 따위, 카프카의 저서 영문판 두 책 따위를 두어 분위기를 조금이나마 살려 놓았다. 사람들이 건물 외벽의 카프카 얼굴 조각상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었다. 안에 들어갔다 그냥 나오기가 미안해 아이스크림을 시켰다. 안에 들어와 있던 미남 청년 하나가 우리 사진을 찍어 주겠다고 자청해서 내부 벽면을 배경으로 몇 장 찍었다. 이 청년은 스페인에서 왔다고 했다.

프라하에는 카페 카프카와 카프카 박물관 밖에도 황금소로 쪽에 카프카의 집이 있다. 카프카가 살면서 소설을 쓰던 집이다. 가이드는 어제 카프카 카페 앞을 지나가면서, 카페에는 아무것도 없다고 말해 주었을 뿐, 카프카 박물관이나 카프카의 집에 대해서는 알려 주지 않았었다. 멀리 카프카의 땅에 와서 이런 것들을 보지 않고 가게 하다니...

유럽의 대학 중에서도 역사가 오래고 프라하 학파로 이름 높은 프라하 대학도 들여다보고 싶었건만,

헤어진 일행과 합류하려면 아이스크림을 빨리 먹고 가야 하는데, 쉬 나오지 않았다. 밖의 파라솔 아래에 적지않은 사람들이 와서 우리보다 먼저 마실 것을 주문했기 때문이다. 초조하게 기다리다 먹은 아이스크림은 생과일 위에 얹은 것인데 맛이 아주 훌륭했다. 인솔자에게 전화를 걸고 면세점으로 바로 가겠다고 했더니 맞으려 나갈 테니까 바츨라프 광장쪽으로 걸어오라고 했다. 가서 보니 면세점은 바츨라프 광장에서 꽤 떨어져 있어서 안내 없이는 가기 어려운 데였다. 일상적으로 쓸 수 있는 밥공기 여섯 개, 머그 두 개를 샀다.

거리에서 줄 서 있는 사람들을 가끔 보게 되는데, 대개 체코의 전통적인 주전부리 트르델닉(trdelnik)이라는 것을 사 먹으려는 사람들이었다. 이것은 화덕에서 직화로 구운 도넛 비슷한 빵인데 빈 속에 아이스크림을 넣기도 한다.

오스트리아도 그랬지만, 체코에서도 화장실 사용은 거의 유료다. 유로화로 50센트가 일반적이고 70센트 요구하는 데도 있다. 식당에서는 대체로 무료니 꼭 이용하고 나오는 것이 좋다. 거리에서 WC라고 안내 표시를 해 놓은 데를 가면 모두 유료라고 보면 된다. 50센트짜리 돈을 준비해 두는 것이 좋다.

프라하 일정을 마친 뒤, 체코의 동부 지방인 모라비아의 브르노(Brno)로 갔다. 세 시간쯤 걸렸다. 여기는 거쳐가는 곳일 뿐 관광 계획이 없다. 브르노에서는 그랜드 호텔에 들어갔다. 이 호텔에는 포터가 있어서 짐을 방으로 옮겨 달라고 부탁할 수 있었다. 물론 팁을 주었다. 호텔 안에는 카지노도 있는데 가 보지는 않았다. 호텔 손님이 별로 없는 것 같았다. 호텔에서 저녁을 먹은 뒤 산책을 나갔다. 호텔은 괜찮았으나 호텔 밖 거리는 어수선했다. 술 취한 사람들이 비틀거리고 길에는 종이 조각들이 흩어져 있었다. 가까이 전철역이 있는데, 시종점인 것 같았다. 가까이 수퍼가 있어 거기서 과일 좀 사고 바로 호텔로 돌아왔다.

- 2016.08.16

동유럽 세 나라 여행기 목차

  • 동유럽 세 나라 여행1 - 기대를 안고 떠나다
  • 동유럽 세 나라 여행2 - 재활용 널
  • 동유럽 세 나라 여행3 - 호엔 잘츠부르크 요새의 '사랑의 동굴'
  • 동유럽 세 나라 여행4 - 빵 속에 담긴 수프
  • 동유럽 세 나라 여행5 - 블타바강, 카프카
  • 동유럽 세 나라 여행6 - 대단한 머저르
  • 동유럽 세 나라 여행7 - 우아한 궁전 음악회
  • 동유럽 세 나라 여행8 - 또 모차르트, 드디어 클림트
  • 동유럽 세 나라 여행9 - 맺음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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