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1.10 [칼럼니스트] 제1579호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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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장일치와 가부상제(可否相濟) - 한문서당 이야기11
박연호 (서울칼럼니스트모임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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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나 기업 경영, 또는 위기관리 측면에서 집단사고(groupthink), 만장일치, 일사불란의 폐단이 자주 거론된다. 집단사고는 조직원들의 갈등 최소화, 일사불란한 의사결정을 최선으로 삼는다. 어떤 사안에 대한 비판과 반대는 최대한 봉쇄돼, 결과적으로 경솔하고, 불합리한 결정을 내려 돌이킬 수 없는 오류를 범하고 만다. 대표적인 사례로 미국의 피그스만 침공 실패, 챌린저 우주왕복선 폭발 사고 등이 꼽힌다.

중세 로마 카톨릭이 사제 선출과정에 악마의 대변인(devil's advocate)을 두어, 후보자 약점을 지적하고 반대논리를 전문적으로 전개하여 실질적 검증을 하게 했는데, 이 역시 같은 맥락의 예방책이었다. 오늘날 기업의 전문 컨설턴트, 정계의 야당 기능이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동양에서도 일찍이 이런 점을 간파, 고대국가에서부터 군신간에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부정할 것은 부정하여 최선의 결말을 이루는 ‘도유우불(都兪吁咈)’을 필수 덕목으로 삼았다. 도유는 찬성의 감탄사, 우불은 반대의 감탄사를 말하는 것으로 중국 요(堯)임금이 여러 신하들과 정사를 토론하고 심의할 때 쓰던 방법이다. 반대의사가 없는 경우를 가장 꺼렸다.

이를 가부상제(可否相濟)라고도 했다. 書經 商書편 주석에 和者可否相濟(조화란 어떤 사안을 두고 가타부타 논쟁하여 사리의 옳고 그름을 따진 뒤 서로 도와 처리함을 이른다)란 말이 나온다. 찬성과 반대의 필요성을 적시한 것이다. 상병(相病)이 ‘서로 괴롭힌다’는 뜻임을 알면 ‘서로 구제한다’는 상제 의미가 좀 더 분명해질 것이다.

우리나라도 이를 적극 수용했다. 조선왕조실록 태종편에 따르면 1407년 권근이 상소문에서 可否相濟 共成其治者也(찬성, 반대가 서로 구제하여 함께 다스림[治]을 이룬다.)라며 일사불란의 위험을 지적했고, 태종 역시 충분히 공감했다. 세종도 정치는 가부상제가 필수인데 한 신하가 하루 종일 가타부타 한 마디 없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겼다.(1421년)

그런데 우리의 오늘날 사회, 정치 등의 현장을 보면 가부상제는 없고, 가부상병의 기세만 등등하다. 가부상제의 역사적 전통과 현재의 추세가 엄연한데도 당리당략과 사리사략에만 얽맨 그들을 보면 우리 국민의 지지리도 복 없는 신세가 한심할 따름이다.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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