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1496 [칼럼니스트] 2009년 3월 15일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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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문서당도 서울 집중인가 - 한문서당 이야기 05
박연호 (서울칼럼니스트모임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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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문서당 강좌를 듣다보면 가끔 이색적인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먼저 외국인들이다. 서양인들은 외모가 우리와 달라서 금방 알 수 있는데 왜 어려운 한자, 한문을 배우려 하느냐고 물으면 한국에 와서 공부를 하다 보니 한자,  한문이 한국말과 글의 이해 및 습득에 절대적임을 깨닫고 다른 도리가 없어 왔다고 한다.

가끔 일본인과 중국인도 같이 들을 때가 있다. 일본인들 역시 한국말과 글을 배우는데 한자를 모르고서는 효과가 더디기 때문이라 답한다.  중국인들은 간체자를 쓰기 때문에 번체자는 자기들에게도 거의 외국어나 마찬가지여서 따로 배운다고 한다.

그 다음으로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는 이들이 지방에서 들으러 오는 수강생들이다. 언젠가 ‘주역’반에 청주에서 오는 여성이 있어 물으니 그곳에서는 그 강의를 하는 곳이 없어 서울로 올 수 밖에 없다고 했다. 고속버스를 타고 오간다고 했다. 또 ‘장자’반에는 논산에서 KTX로 통학하는 장년남성이 있었는데 역시 같은 이유였다. 부여에서 오는 한 아주머니는 아예 1박2일 서울에 머물면서 필요한 과목을 집중적으로 듣는다고 했다.
 
드문 경우지만 부산, 제주에서 비행기로 오가는 이도 있었다. 입시생처럼 절박한 것도 아닌데 그처럼 열정을 가지고 다니는 이유를 처음에는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러나 듣고 보니 그럴 만도 했다. 서울처럼 서당이 있지도 않고 혹 있다 치더라도 과목이 기초 한자 습득 정도라는 것이다. 그러니 서울로 오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서당 선생님들 말을 들으면 한학 스승들이 지방 곳곳에 계셔서 자신들도 가끔 간다는데 그건 그 분야 전문인들한테만 해당되는 것이고, 일반인들이 가서 배울 곳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일반인을 상대로 하는 한문서당의 수요와 공급이 접점을 찾지 못한 것이다. 그러니 서당도 수도권 집중을 벗어나지 못하는 셈이다.

언젠가 서당을 오래 다니던 한 분이 아들을 따라 부산으로 이사 가게 됐다. 70대 중반의  노인이신데 고향 부근으로 가시게 돼 잘 됐다며 축하하니 그게 아니라며 서운해 했다. 자기는 노후에 한문서당 다니는 것이 유일한 즐거움인데 부산에는 그게 없다고 했다.

우리나라 제2의 도시인데 그럴 리가 있느냐고 하니 전문인을 위한 강좌는 있을지 몰라도 일반인을 위한 주역, 서경, 시경, 사기, 통감, 장자, 노자 등의 강의는 아직 찾지 못했다며 우울해 했다. 그때는 그 분의 말이 잘 와 닿지 않았는데 청주, 논산 등지에서 온 수강생들을 만나고 나서는 그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2009.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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