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1492 [칼럼니스트] 2009년 2월 14일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딴 글 보기 | 거시기 머시기 | 배달신청/해지 | columnist.org(홈)
인터넷장애인 모임이 아니래도 - 한문서당 이야기 03
박연호 (서울칼럼니스트모임 회원)
http://columnist.org/ynhp


인터넷박약회라는 곳이 있다. 주로 성인 그것도 고령자들을 대상으로 인터넷강좌를 개설하고 있는데 꼭 늙은이들만 들을 자격이 있는 것은 아니다. 컴맹고령자의 어려움을 해소해 준다는 소박한 취지로 당국의 지원을 받아서 실시하고 있지만 나이 관계없이 의욕만 있으면 누구든지 배울 수 있다. 그렇다고 상당히 후지며, 내용도 그렇고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해다.

수강생들은 그저 기초나 하는 줄로 알았다가 동영상 제작 등 고급단계까지 이르면서 내용이 간단하지 않음을 깨닫고 놀란다. 또 강사 분들이 70안팎의 고령이라 어리둥절하다가 우리나라 IT분야에서 일찍부터 활약하신 분들이라는 점을 알면 저절로 고개를 숙인다.

그러나 이런 사실들은 이 강좌에 참가해야만 알 수 있다. 인터넷박약회라는 명칭만으로는 이런 내용들을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

관내 순찰을 돌던 경찰이 어느 날 이곳에 들렸다. 그리고 평소 늘 궁금해 하던 것을 물었다. “여기에 와서 인터넷을 배우는 이들은 어느 정도 장애를 가진 사람들인가요? 박약이라고 한 걸 보면 상당히 중증인 것 같은 데...”

이용태 전 삼보컴퓨터 회장 등 뜻을 같이 한 분들이 만든 박약회라는 모임이 있다. 고전과 전통문화를 통해 제대로 된 인성교육을 실시하며, 사회와 국가가 나가야 할 건전한 방향을 제시하자는 것이 주된 취지이다. 이에 따라 서울에서는 해마다 사서삼경, 한시, 역사 등 강좌를 개설, 한문서당을 열고 국내외 문화유적지를 답사하는 등 다채로운 활동을 펴고 있다.
모임의 이름은 논어의 ‘博學於文 約之以禮’(지식은 넓게 행동은 예의 바르게)에서 앞의 두 글자를 따 박약회로 했다.

나아가 옛 것만 중시할 것이 아니라 컴퓨터 등 현재의 추세에도 뒤떨어지면 안 된다는 뜻에서 인터넷박약회를 만들어 운영해오고 있다. 그러나 이런 긴 과정을 그 경찰에게 설명하려면 얼마나 많은 단계를 거쳐야 할 것인가.

그 동안 한자, 한문교육의 방치와 전통문화보존의 소홀 등이 빚은 여러 요소들 지적에서부터 한이 없을 것이다. 그런 현실에서 한글로만 ‘인터넷박약회’라고 내걸었으니 논어를 별로 접하지 않은 이들은 자연스럽게 ‘정신박약’ 같은 용어부터 떠 올린 것이다. 그러니 그 경찰 뿐만 아니라 그 앞을 지나는 수많은 사람들이 이를 보고 인터넷장애인 모임 정도로 생각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2009.01.31)
이상한 사람들이 가는 곳 - 한문서당 이야기 01
한문은 개판? - 한문서당 이야기 02
인터넷장애인 모임아 아니래도 - 한문서당 이야기 03*
'천자문'에 대한 오해와 실제 - 한문서당 이야기 04*
090315-1496 박연호 한문서당도 서울 집중인가 - 한문서당 이야기 05*
090421-1502 박연호 글 읽는 소리 - 한문서당 이야기 06*
090507-1505 박연호 호(號)는 좀 거시기하니 애칭 정도면... - 한문서당 이야기 07*
090719-1513 박연호 한자와 한문, 그게 그거 아냐? - 한문서당 이야기 08*

서울칼럼니스트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