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1.08 [칼럼니스트] 제1577호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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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비리 숨겨주는 당(黨) - 한문서당 이야기10
박연호 (서울칼럼니스트모임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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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를 읽는 도중에 옆 사람이 한 곳을 짚었다. 자기는 이걸 볼 때마다 절실히 동감한다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표정이었다. ‘相助匿非曰黨(상조익비왈당. 서로 도와 나쁜 짓을 숨겨주는 것을 黨이라 한다’는 대목이었다.

술이(術而)편 30장에 나오는 말인데 본문이 아니라 주자가 붙인 보충설명(주석)중에 나온다. 누구나 알다시피 논어 등 오래 된 한문은 후세인들이 주석을 붙여야 해독이 원활하다. 주자는 그 중에 대표적 주석가인데 읽다 보면 이 대목처럼 공자말씀 못지않게 명쾌한 부분이 적지 않다.

본문은 이렇다. 노나라 소공이 동성의 여인을 아내로 삼고, 비난을 피하기 위해 딴 성을 가진 것처럼 숨겼다. 예를 극력 강조하던 시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진사패라는 이가 공자에게 임금이 도대체 예를 아는 거냐고 물었다. 공자는 거침없이 그렇다고 답했다.

이에 진사패가 군자는 편당하지 않는다(不黨)다던데 공자 같은 사람이 그럴 수 있느냐고 반발했다. 공자도 그게 아니란 것을 알았다. 그러나 자기 나라 임금을 대놓고 비난하는 것 또한 예가 아니어서 그렇게 답하고, 자기 변명을 그르다고 지적한 진사패를 고맙게 여겼다.

이 부분을 설명하면서 주자가 ‘서로 도와가며 비리를 감춰주는 이들이 바로 당’이라고 한 것이다. 한 마디로 공을 외면하고 사리사략에 치우친 패거리들이라는 뜻이다. 내 옆 사람은 우리나라 정치판 풍토와 어쩌면 그리도 같으냐며 신음에 가까운 탄복을 했다.

송나라 구양수, 주자, 조선의 성호 이익의 ‘붕당(朋黨)론’도 이런 취지를 길게 논했지만, 주자의 이 짧은 한 마디만큼 정치판의 정곡을 찌른 것은 드물다. 옆 사람의 신음에 동조하지 않을 수 없었다.
-2012.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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