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시기 머시기... 짧게 씀으로써 오히려 더 선명하게 전달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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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1/18 (08:55) from 211.172.217.212' of 211.172.217.212' Article Number : 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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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사람들이 가는 곳
박연호 (ynhp@naver.com)                       
                   이상한 사람들이 가는 곳
                                        <한문서당 이야기 01>
내가 다니는 한문서당 같은 층에 극장이 있으며 3년 전까지는 서울에서 가장 유명한 캬바레도 있었다. 극장과  캬바레가 유흥이라는 점에서 비슷하므로 굳이 따지자면 서당이 자리를 잘못 잡은 것이다.

해질 무렵 춤추러 가는 사람들과 서당 가는 이들이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면 정말 물과 기름을 함께 섞어 놓은 것처럼 그 부조화가 두드러졌다. 말은 하지 않지만 서로 그 이질감을 강하게 느꼈다. 특히 여성들이 그랬다.

두드러진 차이가 가방에 있는 듯 했다. 춤추러 가는 여성들은 세련된 백을 메고 다니는데 한문 배우러 가는 여자들은 책가방을 가지고 다닌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책가방은 여성의  매력을 해치는 물건인 것 같다. 미모가 출중한 수강생이라도 책가방을 들면 ‘아니올시다’이니 말이다. 더구나 외모는 신경 쓰지 않고 일수 아줌마 수금 가방 같은 책가방을 메고 다니면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다.

캬바레와 서당이 약 30m 정도를 사이에 두고 본업이 시작되면 가관이었다. 한쪽에서 밴드 소리 요란하게 ‘이름도 몰라요 성도 몰라...’하고 쿵쾅대면 이쪽에서는 ‘자왈 학이시습지 불역 열호아...’하니 지나가는 개도 어리둥절할 노릇이었다.

쉬는 시간이면 더욱 대조적인 장면이 눈에 띄었다. 복도에 나와서 스텝 밟는 연습을 혼자 열심히 하는 남자를 보면 괜히 우리가 민망했고, 2천5백년 전 공자가 한 말의 진정한 의미가 뭐냐고 왈가왈부하는 우리들을 보면서 그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서로 이상하다는 표정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떤 사람이 복도에서 일하는 청소 아줌마한테 극장이 어느 쪽에 있느냐고 물었다. 아줌마가 ‘요 앞은 캬바레구요 저리 가야 극장이에요’ 하니 그 사람이 다시 물었다. ‘그럼 오른 쪽은 뭐예요? 친구가 그쪽으로 오는 모양인데...’

‘아이구 거긴 아니에요. 거기는 이상한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에요’ 청소아줌마가 명쾌하기 판정을 내렸다. 이상한 것은 캬바레가 아니고 한문서당임을 확실히 지적한 것이다. 그 아줌마들은 지금도 우리들이 서당을 오가는 모양을 보면서 이해되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을 때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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