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10월 29일 칼럼니스트 COLUMNIST No.152
1999.09.19 창간 서울칼럼니스트모임 (Seoul Columnists Society) 주3~5회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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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호 보기 *누구나 칼럼 *의견함
自虐하는 사회, 숲을 보자

동방상호신용금고 불법대출 사건은 다시 한번 절망감을 안겨준다.우 리 사회의 도덕적 해이가 위험수준을 넘어서지 않았나 하는 우려를 갖게 하기 때문이다.한 벤처 기업인의 부도덕한 범죄에 금융감독원 직원까지 연루됐고 금감원이 이를 축소·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 기되고 있으니 생선가게를 맡은 고양이의 먹이 사슬이 어디까지 이어 질지 참담한 느낌이다.

게다가 이 사건을 둘러싼 정치권의 구태의연한 정쟁은 “대한민국을 떠나고 싶다”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씨 랜드 화재로 자식을 잃은 부모가 한국사회에 절망해 이민을 떠난 이 후에도 똑같은 안전불감증에 의한 사고가 잇따르는 나라,전문직종에 종사하는 20∼30대가 ‘삶의 질’을 찾아 외국으로 떠나는 나라-이 나라를 더욱 절망스럽게 하는 정치인들을 보지 않는 방법으로 이민이 고려될 수도 있을 듯 싶다.그뿐인가.“사고가 터지면 절대로 돈은 내 놓지 말고 감옥에 가서 1∼2년 정도 몸으로 떼우는게 낫다”는 이야 기를 공공연히 하는 경제인들도 있다 한다.서민들에게서도 국제통화 기금(IMF)위기 초기의 ‘금 모으기’같은 애국심은 이제 기대하기 어 렵다고들 한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 보면 이런 절망감은 잘못된 것이다.자신의 품위 와 나라를 포기하려면 사실 지금보다 훨씬 더 일찍이 했어야 한다.하 나 하나의 사건만 바라보면 희망이 없는 것 처럼 보이지만 전체적으 로 보면 우리는 분명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그것도 놀라운 속도로 말 이다.

나이든 세대들은 “세상 참 많이 변했다”는 말을 자주 한다.50년대 중반 미국 유학길에 호텔 욕실 수도꼭지에서 쏟아지는, 김이 모락모 락 나는 뜨거운 물을 보고 불이 난 것 아닌가 걱정했다는 이호왕(李 鎬汪) 학술원 회장의 회고는 미소를 자아낸다.그러나 가슴이 서늘해 지는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 이야기도 많다.생때 같은 젊음들이 ‘의문사’로 스러져갔던 저 암흑의 시대를 생각해 보라.많은 사람들 이 까마득하게 잊고 있는 그 시대의 어둠에 지난 2월까지 갇혀 있었 던 해직교사들도 있었다.1978년 통일주체국민회의에서 박정희(朴正熙 ) 전 대통령을사실상 100% 찬성률로 선출한 형식적인 선거에 대한 제 자의 질문에 비판적인 답변을 했다고 해서 교단에서 쫓겨난 이한옥교 사,그리고 유신 체제 지지 집회에 참석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해직돼 “안사람이 목욕탕에서 때를 밀고 식당에서 설거지 하며 겨우 생계를 이어 온” 강구인교사의 이야기는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이 그리 먼 옛날이 아님을 일깨운다.

그 엄혹한 시절을 통과하며 우리가 이루어낸 것에 우리는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우리는 확실한 민주화와 인권신장을 이루어냈고 급진전 한 남북관계 개선으로 북·미관계와 동북아 질서에 변화가 오고 있다 .그 변화의 중심축에 서 있었던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에게 노벨평화 상이 수여됐다.세계적 공인을 받은 우리의 저력을 평가하는데 우리 자신은 너무 인색한듯 싶다.

한국에 오래 산 외국인들은 한국인들이 자신의 장점을 모른다고 얘 기한다.더 타임스 서울특파원을 지낸 영국인 마이클 브린씨는 “한국 인들은 배울점이 많은 국민임에도 그들 자신은 스스로에게 비관적이 다”고 말한다.‘한국이 죽어도 일본을 못따라잡는 18가지 이유’라 는 책을 쓴 일본기업인 모모세 타다시씨는 “한국인이 지금까지 성취 한 것에 자신감을 가지라는 말을 하는 한국인을 보지 못했다.한국은 다른나라가 100년 걸려 만든 제철소를 30년 만에 만든 나라다.자부심 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자신에 대한 엄격함도 필요한 덕목이지만 그것이 지나쳐 자기비하로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지금 우리 경제에 대한 위기의식도 밖에 서보다 안에서 더욱 심각하다.지나친 위기의식이 외화도피로 나타날 경우 “위기를 스스로 불러들이는 상황을 자초할 수 있다”고 경고하 는 전문가들도 있다.비관론자가 낙관론자보다 성공하기 힘들듯이 자 학하는 사회는 발전하기 힘들다.간혹 도려내야 할 썩은 나무도 있지 만 한국 사회의 숲은 건강하다.나무만 보지 말고 숲을 보고 자신감을 가져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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任英淑 대한매일 논설위원실장
대한매일 2000.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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