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8월 24일 칼럼니스트 COLUMNIST No.108
1999.09.19 창간 서울칼럼니스트모임 (Seoul Columnists Society) 주3~4회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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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호 보기 *칼럼,나도 쓴다 *방명록 *의견함
식자들의 이상한 글버릇

젊은이들이 컴퓨터 통신 대화방에서 화면에 쓰는 글투를 식자 어른들이 못마땅하게 여겨 탄식해 마지 않는다. 요즘 철모르는 아이들이 국어를 심하게 망가뜨린다고.

이 분들이 예까지 들면서 하도 자주 나무라서, 예컨대 "어솨여" "안냐세여" "방가" "고딩인데여" 따위는 컴퓨터 곁에 얼씬도 않는 이마저 무슨 말인지 알 정도다. 혹 아직도 모르는 분이 있다면, 각각 "어서와요" "안녕하세요" "반가워요" "고등학생인데요"라는 것을 이 참에 알아 두자.

그 이상한 말들은 컴퓨터 화면에서 격식 차릴 필요가 없을 때 쓰일 뿐이다. 격식 갖춰야 할 문서까지 그렇게 쓸 젊은이는 없다. 또 나이들면 제풀에 그만둔다. 쓰라고 해도 쓰지 않는다. 열올리며 개탄할 거리가 되지 못한다.

오히려 이보다 문제가 큰 것은 일부 식자들의 이상한 글버릇이다. "...이 필요하다" 하면 될 것을 무슨 멋인지 "...을 필요로 한다"고 쓴다. 그리고, "...과 다를 바 없다" 또는 "...나 진배없다" 해야 할 때 "...에 다름 아니다" 해야 직성이 풀리는 식자 글장이도 많다. 젊은이들까지 멋모르고 따르게 되니, 이야말로 국어를 아주 심하게 망가뜨리는 짓이다.

외국어 영향으로 생긴 듯한 이상한 문투는 그밖에도 수두룩하다. "더 이상 없다"는 "더(는) 없다" 하면 될 말이다. 서양말 부정관사를 흉내내 걸핏하면 '하나의'를 붙이는 것은 참말로 꼴사납다. "우리 고장의 산업의 발전을 위해"에서 보듯 조사 '의'를 남용하는 것은 일본말 영향일 것이다.

그뿐인가. 알 만한 필자들이 잘못 쓰고 있는 말은 많다. "피해를 입었다" "피살당했다" "당선됐다" "봉변당했다" "조난댕했다" 따위도 그렇다. 被,當,逢,遭에는 피동의 뜻이 있기 때문에 "해를 입었다, 피해가 있었다" "피살했다" "당선했다" "봉변했다" "조난했다"가 맞는다.

"보인다" "생각된다" 하면 그만인데 "보여진다" "생각되어진다"고 쓴 글을 볼 때마다 그 필자의 사고 구조가 어떻게 되어 있을까 궁금해진다.

틀린 것은 아닐지라도 너무 상투적이고 검불이 많은 구절을 만나면 글 읽을 맛이 싹 가신다. 이를테면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같은 것이다. 쉽고 간단하게 "...할 수도 있다" 하면 뭐가 서운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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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강문(朴康文)

칼럼니스트
2000.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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