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1월 19일 칼럼니스트 COLUMNIST 제22호
1999.09.19 창간 SEOUL COLUMNISTS SOCIETY http://columnist.org
*지난호 보기 *방명록

"너희가 김치를 아느냐"

 오는 11월 치러질 미국 대통령선거에 나설 후보들 사이에서 우리 김치가 화
제가 됐다 한다.공화당 대선후보 경선에 나선 존 매케인 상원의원이  “뉴햄
프셔 예비선거에서 지면 김칫독에 빠져버리겠다”고 말하자,한 기자가  매케
인의 라이벌인 조지 W 부시 텍사스 주지사에게 이를 “어떻게  생각하느냐”
고 물었다가 “김치의 철자를 아느냐”고 역습을 당한 것이다.지난해 부시와
 인터뷰하면서 외국 지도자 이름의 철자를 물어 부시를 곤경에 빠뜨렸던  그
기자는 한동안 대답을 못하다가 겨우 K,I,M,C,H,I라고 머뭇거리며 대답했고,
부시는 능청스럽게 웃으며 “잘했다”고 말해 점수를 땄다고 며칠전  외신은
전했다.

 이 에피소드는 김치가 이제 당당한 세계음식이 됐음을 일깨워준다.미국  대
통령후보들까지 그 맛과 철자를 아는 음식이 됐으니 말이다.지난 연말  로스
앤젤레스 타임스지는 우리 오이소박이 김치를 ‘99년 10대 음식’중  하나로
선정한 바도 있다.이 신문은 한햇동안 음식섹션에 실린 각국의 음식  가운데
태국의 톰염 수프가 가장 인기가 높았고,그 다음은 멕시코의 토티야 수프 등
의 순서였다며 10대 음식을 사진과 함께 재료·조리방법까지  소개했는데,오
이소박이는 아홉번째로 소개됐다.LA 타임스는 “오이소박이 김치가 배추김치
와 달리 오독오독 깨물어 먹으며 약간 단듯 하면서도 향긋한 맛이  일품”이
라고 전했다.

  김치의 다양한 맛까지 구별해낼 줄 아는 LA 타임스 음식담당 기자와  달리
공화당 대선후보 경쟁에 나선 매케인 상원의원은 김치 맛을 아직 즐길 줄 모
르는  듯싶다.“예비선거에서 지면 김칫독에 빠져버리겠다”는 말은  김치에
대한 모욕이다.따라서 뉴햄프셔주에서 부시보다 앞선 인기를 누리는 그가 뉴
햄프셔 예비선거에서는 이길지 몰라도 만일 본선에 오를 경우 김치의 철자를
  정확히 아는 부시 후보보다 재미 한국교포들의 지지를 끌어모으기는  힘들
것이다.

 어쨌거나 김치가 일본에서처럼 미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될 날도  멀
지 않은 듯싶다고 말하면 지나친 비약일까.미국인들도 일본인들처럼  김치가
“거의 완벽에 가까운 이상적인 완전 영양식품”으로 “음식문화의 원점이자
 정점”(하타모토 유키코 일본 TBS TV 리포터)이라고 생각하게 되면 너도 나
도 김치를 먹겠다고 달려들 것이다.80년대 말 뉴욕 맨해튼의 뒷골목에서  본
풍경은 이런 기대를 갖게 한다.자연식품을 간판으로 내건 한 허름한  음식점
은 점심시간에 항상 손님으로 붐볐는데 주인이 한국인이었다.메뉴는 미국 야
채를 재료로 한 나물이었고 음식값은 햄버거나 피자집보다 훨씬 비쌌다.그럼
에도 불구하고 가난한 예술가들이 몰려사는 그리니치빌리지에서  건강식품점
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었다.그래서 이런 질문도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너희가 김치를 아느냐”

임영숙 대한매일 논설위원 대한매일 2000.01.19
서울칼럼니스트모임


[칼럼니스트]를 이메일로 받으실 수 있습니다. 또한 언제든지 해지하실 수 있습니다.
E-mail
구독  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