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1538호 [칼럼니스트] 2010년 3월 10일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딴글보기 | 거시기머시기 | 배달신청 | columnist.org(홈)

북한 위기에 대한 남한의 등신 대응


홍순훈 (칼럼니스트)
http://columnist.org/hsh


금년(2010년)들어, 북한 김정일에 대한 가십(gossip)성 추측 기사가 부쩍 늘었다. 예를 들면, 국내 한 언론이 AP통신의 2월16일자 보도를 인용한다며 다음과 같은 기사를 실었다. “김위원장이 코뿔소뿔과 웅담, 사향 등의 값비싼 약재에 의존하고 있다”, “북한이 2008년 이후 두 번이나 약재를 사기 위해 중국 베이징을 방문했고, 김정일의 장남인 정남이 베이징에 왔을 때 61만3000달러를 썼다”는 것이다. 그리고 2월 27일에는 한 언론이 “김정일, 5년내 죽을 확률 50%”라는 제목으로 “그가 뇌졸중에 이어 ’당뇨성 만성신부전증’으로 ‘혈액투석’을 받고 있다”. 또 3월 9일에는 한 언론이 북한 언론에서 나온 사진을 분석한 결과 “김정일 손톱이 비정상적으로 흰색...신장 이상의 유력한 증거”, “환각 같은 이상 증세를 자주 보인다” 등이다.

이런 내용의 보도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008년 9월 북한 정권 수립 60주년 기념행사에 불참한 이후부터 줄곧 나왔던 것이다. 한국 정부나 언론은 ‘김정일 사망’ 곧 ‘북한 위기’로 연계시키나 이는 한반도 정세에 큰 오판(誤判)이 될 수 있다. 왜냐 하면 금년 68세인 병든 지도자의 사망은 위와 같이 세계인 모두가 충분히 예견한 것이고, 또 동일한 사태를 북한인들이 1994년 ‘김일성 사망’으로 이미 경험했기 때문에, 김정일 사망이 북한 사회에 일시적 패닉은 야기할 수 있을 망정 국가가 마비, 통제 불능 혹은 붕괴란 극단적 위기로까지 치달을 가능성은 전무하다.

북한의 김씨 세습 체재는 역사의 진보에 반(反)하는 정치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따라서 그 뒤탈이 안 날 수 없고 지금 북한에서 벌어지고 있는 궁핍, 위기 등 모든 부정적 상황은 바로 거기에 기인한다.

2008년 9월 김정일 중병설이 나온 약 5개월 후인 2009년 1월에 그의 3남 김정은을 후계자로 지명했고, 5월에는 그 사실을 북한 해외공관에 통고까지 했었다. 그런데 북한 엘리트들이 비하의 뜻인 ‘꼬맹이’로 부른다는 27세 김정은을 후계자로 지명했다는 것이 영 석연치 않다.
왜냐 하면 39세 장남인 김정남을 배제하고 3남을 지명했다는 것 자체가 한반도 거주민의 전통적 사고와 맞지 않는다. 더구나 김정남은 미사일 등 무기 판매 대금으로 조성된 김정일의 해외 통치자금을 관리하고, 북한 권력의 핵심부서인 노동당 조직지도부에서 일했던 결코 북한 사회에서 무시될 수 없는 인물이다. 더구나 그는, 위에 썼듯, 김정일 자신의 병 치료를 위해 외국까지 뻔질나게 드나들었던 효자였기 때문에 그렇다.

이 불가사의한 지명에 대해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은, ①옛 왕조에서와 같이 역적을 솎아내려는 허허실실(虛虛實實) 또는 사석(捨石)작전이거나 ②후계자(지도부) 사이에 의도적으로 싸움을 붙여 병들어 꺼져가는 김정일 자신의 권력을 계속 유지하겠다는 것뿐이다. ①과 ②는 같은 의미인데, 그 결과는 북한 지도부(또는 권력)의 2분화 즉 분열이다.

이 분열의 정황이, 최근 그들로부터 나오는 정책에 고스란히 배어 있다.
그 큰 예가 2009년 11월30일 단행된 화폐교환이다. 이 교환은 사회 현실과 동떨어지고 초기부터 기본 원칙조차 세우지 못하고 뭔가에 쫓기듯 이뤄진 것인데, 그 결과 역시 2달도 안 지나 북한 당국의 최초 목적과는 정반대가 나온 대실패작이었다.[참고: 북한의 화폐교환(이 칼럼 1528호)]

그리고 금년 초의 신년사에서는 금강산-개성 관광재개 등 유화적 제스처를 쓰다가 약 보름 후에는 한국이 작계(비상작전계획)를 만들었다는 새삼스런 트집을 잡아 ‘남쪽 당국에 보복성전을 개시할 것’이란 초강수를 둔다.
1월11일에는 평화협정회담을 제의해 놓고는 그로부터 보름 후인 1월27일에는 서해상에 항행금지구역을 설정하고, 해안포를 발사한다.
그리고 2월 초에는 남북정상회담을 한다는 것인지 필요없다는 것인지 사람들을 헷갈리게 한다. 이 상황도 물론 북측의 이중 처신, 예를 들면 과거와 같이 댓가를 받고 회담에 응해주자는 온건파와 회담은 무슨 회담인가 때려치우라는 강경파 사이의 알력에 의한 결과라 볼 수 있다.

이런 북한 지도부의 분열 그에 따른 혼란이야 말로 일찍이 남북 모두가 경험해 보지 못한 비상사태며, 북한은 물론 나아가 한반도의 위기가 아닐 수 없다. 중국, 미국 2 강대국이 전세계에 걸쳐 노골적으로 패권 다툼(세력 확장)을 벌이려는 마당이기 때문에 그렇다.

바야흐로 도요새와 조개를 한꺼번에 잡아 망태에 넣는 어부지리(漁父之利)를 중국이 취하고 있다. 2007년 11월13일 중국 선양(瀋陽)발 연합뉴스를 보면, 그 때부터 그들은 100억달러의 기금을 조성해 북한에 진출하는 중국 기업(상인)을 지원하겠다는 의향서(意向書)를, 북한이 설립한 일종의 합영회사며 외자 유치기관인 ‘대풍그룹’과 체결했었다. 이 대풍그룹이 금년 상반기 중에 평양에 설립한다는 것이 북한 ‘국가개발은행’이다.

2009년 11월에 단행된 화폐교환의 후유증을 만회하기 위한 김정일의 ‘어떤 일이 있어도 금년(2010년) 상반기까지 국가 식량 공급을 정상화하라’는 지시도 위의 중국 돈 곧 국가개발은행에 근거한 것이라 추측된다. 이 외화로 결제한 식량을 실은 열차와 트럭이 함경북도 남양, 회령, 무산 교두(橋頭)에서 지금 목격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금년 1월부터, 함경북도 나진항 부두 사용권을 중국이 확보하고, 청진항 개발 프로젝트를 조-중 합작으로 추진하고, 투먼시(市)가 1천만달러 장기 차관을 북한에 제공, 투먼(圖們)~청진항 170km구간 철도를 보수케 하여 중국 동북3성이 동해로 자유롭게 진출할 수 있게 만드는 것도 이 100억달러의 일부를 미끼로 쓴 어부지리의 하나다.
그리고 김정일이 3월 중순에 중국을 방문한다는 목적 역시 물자 구입 등 이 100억달러에 근거한 것이라 추측된다. 그렇지 않으면 반신불수가 된 몸으로 중국까지 갈 현안(懸案)이 없다.

중국은 100억달러로부터 점진적으로 1천250억달러까지 북한 투자용 기금을 확대 조성할 계획이라는데, 그들이 아무 조건 없이 즉 반대 급부 없이 그렇게 거금을 흔들어 댈 리가 없다. 많이 듣던 ‘우리끼리’ 책략을 건별[case-by-case]로 북한에 적용, 북한을 자기들 ‘연방화(聯邦化)’ 또는 ‘속국화(屬國化)’할 목적이라는 것이 자연스러우면서 당연한 결론이다.

이쯤에서 우리는 따뜻한 남쪽나라 남한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친이 친박 한나라 민주 오합잡념들 자나깨나 앉으나서나 오직 대권 싸움 한시도 잠잠한 틈이 없다. 국고는 텅텅 비다 못해 국가채무가 400조인지 1000조원인지 통박도 못 재면서 하는 일이라곤 몇 10조원 쏟아부어 멀쩡한 강바닥이나 뒤집고 있다. 이러면서 뭐 흡수 통일? 아서라 꿈깨라 등신들아!

- 2010.3.10

서울칼럼니스트모임 http://columnist.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