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1429호 [칼럼니스트] 2008년 5월 9일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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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고기협상, 미국의 피싱에 낚인 MB


홍순훈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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上) 최근 시민들의 쇠고기협상 규탄 촛불시위에 대해 ‘근거 없는 괴담’이니 유언비어니 좌익 선동이니 하며 이른바 보수 언론은 매도하고, 경찰은 불법 집회 단속, 허위 사실 유포로 형사입건하겠다는 둥 엄포를 놓고 있다. 꼭 60년대 독재자 박정희시대로 돌아간 것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든다.

괴담, 유언비어 따위는 권력이 명명백백하지 못할 때 나돈다.
예를 들면,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는 나라가 117개국인데 이중 97개 국가는 소의 나이, 부위 등을 따지지 않고 수입한다, 그런데 왜 너희들만 유별나게 떠드느냐는 것이 촛불시위를 매도하는 주요 논리 중 하나다. 말은 그럴 듯하지만 한꺼풀 들쳐보면 야바위다.
즉 미국 육류수출협회(USMEF)의 지난해 수출 통계에 의하면, 미국산 쇠고기를 가장 많이 수입한 나라는 멕시코, 캐나다, 일본, 한국, 대만, 중국(홍콩) 순이다. 이 6개국이 미국 쇠고기 수출 전체의 87.6%를 차지했다.
쇠고기 수입 117개국에서 97개국을 빼면 20개국인데, 20개국에서 위의 6개국이 87.6%를 차지하므로, 소의 나이, 부위 등을 따지지 않고 수입하는 나라 97개국은 미국 수출 전체에서 몇% 될까 말까 한, 양으로 치면 1년에 쇠고기 1∼2콘테이너 정도 수입하는, 검역 자체도 필요 없는 나라다. 이런 나라들을 통계로 들어 왜 한국만? 이라고 하면 코미디며 야바위다.

5월7일 국회에서 쇠고기청문회가 열리는 중에도 MB와 농림장관이란 자가 ‘국민 건강 위협 땐 쇠고기 수입을 즉각 중단하겠다’ 했는데, 이것 또한 그저 둘러대는 풍이다. 그런 수입 중단 권한이 4월에 맺은 한미 쇠고기협상 합의문[수입위생조건] 어디에도 없다.
다만 <조항 5>에 “추가 발생 사례로 인해 OIE(국제수의사무국)가 미국 BSE(광우병) 지위 분류에 부정적인 변경을 인정할 경우” → “한국 정부는 쇠고기와 쇠고기 제품의 수입을 중단할 것이다”라고만 돼 있다.
여기서 OIE는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무역기구 산하 소기구로, 미국의 국익에 배치되는 결정을 내린다는 것은 기대키 어렵다. 그리고 은 미국이 ‘광우병을 통제할 수 있는 국가’가 아니고, ‘광우병이 창궐하여 걷잡을 수 없는 국가’로 OIE가 지정했을 때로 해석된다.
쇠고기협상 합의문에 이런 실재하기 극히 희박한 경우에만 한국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 중단시킬 수 있다 했는데, MB측은 ‘국민 건강 위협 때’ 즉 한국의 상황을 보아 필요한 아무 때나 미국의 의사와 관계 없이 쇠고기 수입을 중단할 수 있는 것처럼 말했다.

그리고 MB측은 쇠고기협상은 국제 위생 검역기준을 얼마나 충실히 이행하느냐 하는 국민 건강에 관한 문제일 뿐이지 FTA와는 별개의 사안이라 주장한다. 이 주장은 ‘자다가 봉창 두드린다’는 속담의 전형적인 예다.
지난 2006∼2007년 8차례에 걸친 한미FTA 본협상에서 미국이 줄기차게 주장한 것이 쇠고기 시장의 전면 개방이었다. 작년 4월 FTA 협상 타결 이후에도 미 행정부와 의회 지도부가 ‘쇠고기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한미FTA에 대한 비준 동의안 제출과 의회 통과는 없다’는 공갈성 발언 보도가 계속됐다. 그리고 지난 4월 쇠고기협상이 타결되자 ‘사실상 한미FTA에 관련해 한국이 해줄 수 있는 건 다 해줬다’면서 ‘미 의회도 반대할 명분이 없을 것’이란 보도가 있었다.
더구나 MB의 미국 방문 전날(4월18일) 쇠고기협상을 전격적으로 합의해 주고, 그 다음날(현지시간 4월19일) MB가 미국 부시를 만나 그로부터 ‘FTA 조기 발효 추진에 대한 약속을 이끌어냈다’는 것 아닌가? 그럼에도 쇠고기협상과 FTA는 별개 사안이라니.... 이 정도 거짓말이 정말 형사입건감이다.

지난 4월5일 미 상무부 장관이 ‘한미FTA 비준안은 미 의회에서 콜롬비아와 파나마 이후로 순서를 기다려야 되는 상황’이며 ‘쇠고기 수입 문제가 해결되면 한미FTA 비준 순서를 앞당길 수 있다’고 미끼를 던졌다.
며칠 후인 4월10일 미 하원은 미국, 콜롬비아FTA 비준 동의안 처리를 거부하고, 비준 무기 연기를 담은 규칙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당황한(또는 기회라 생각한) MB는 미국 가기 전날 미국이 던진 미끼를 덥석 물었다. 이것이 쇠고기협상 타결이다.

下) 필자는 작년 5월25일 공개한 한미FTA협정문을 읽고, 이 [칼럼니스트] 사이트에 11차례에 걸쳐 글을 게재했었다. 한미FTA협정문은 지금 문제가 된 ‘한미 쇠고기협상 합의문[수입위생조건]’ 본문과 부칙 7쪽 26조항보다 비교할 수 없이 방대하다. 즉 전문과 본문 합 279쪽, 부속서와 부록 합 810쪽, 서한 33쪽이며, 조항은 웬만큼 집요하지 않은 이는 계산조차 불가능한 것이 한미FTA다. 몇 장 안 되는 ‘쇠고기협상 합의문’도 미국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써 놨는데, 방대한 한미FTA협정문에는 얼마나 많은 함정을 파고 트릭을 감춰 놓았겠는가?

한미FTA는 우리를 참으로 처연하게 만든다. 미 상무부 장관이 말한 미 의회에서의 비준 동의안 처리 순서 콜롬비아, 파나마, 한국은 아무 의미가 없다. 하나가 비준되면 나머지 2개도 따라서 비준되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왜냐 하면 협정문 내용이 붕어빵 찍어내기식으로 골격은 물론 구구절절이 동일하기 때문이다. (이 [칼럼니스트] 070613-1375 참조)

더구나 미국은 위 3국을 ‘신통상정책’ 어쩌구 하며 한동아리로 묶어 특수 취급을 하고 있다. 그들이 왜 그러는지를 알려면 3국의 역사와 현재의 처지를 보면 된다. 즉 콜롬비아는 수십년간 정부군과 무장혁명단(FARC) 사이에 게릴라 전쟁을 벌이고 있다. 여기에 다수의 미 정보국 소속 병력이 마약과의 전쟁이란 명목으로 현재 콜롬비아에 주둔하며 활약하고 있다.
파나마는 그 독재자 노리에가를 체포한다는 명목으로 1989년 미군 2만4,000명을 파나마로 파병하고 공격했다. 그 해 5월 대선에서 당선한 엔다라가 미국의 군사력을 배경으로 대통령에 취임했다.
한국은 모두가 알다시피 미군 수만명이 반세기 이상 국토에 주둔하고 있다. 그러니 3국 모두 미군 주둔지로 미국의 절대적인 힘 앞에 옴싹달싹 못하는 포로 신세다.

미국이 이 3국 ― 당연히 한국도 포함되지만 ― 을 가지고 어떻게 놀지는 이미 다 나와 있다. 4월10일 미 하원이 콜롬비아FTA 비준 동의안 처리를 거부한 후 나온 미 무역대표부 대표의 ‘한국 및 파나마와의 FTA협정문 의회 제출을 재고할 것’이란 발언 그대로다.
지금 미국은 대통령 선거 11월4일을 앞두고 치열한 파워게임이 벌어지고 있다. 부시가문과 클린턴가문의 제휴에 따라 힐러리를 강력히 밀고 있는 부시대통령을 미 의회가 견제하여 한국 등 3국의 FTA협정 체결, 비준이란 정치적 승리를 안겨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행인지 불행인지는 모르겠으나, FTA 연내 비준은 불가능하다. 덜렁 X 주고 치마 뺏기고....

-2008. 05. 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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