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934 칼럼니스트 2004년 2월 11일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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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사 유감 (2.끝)
세계문화유산목록

2003년 12월 한국고대사학회 등 17개 학회가 ‘올바른 한, 중 관계 정립을 위한 한국사 관련학회 공동성명’을 냈었다. 그 성명의 끝에 촉구 사항을 붙였는데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중국 당국은 동북공정을 통한 고구려사 왜곡을 중단할 것 2. 외교통상부는 고구려사 왜곡에 대해 항의하고 시정을 요구할 것 3. 교육인적자원부는 고대 동북아시아 역사를 연구할 연구센터를 설립할 것 4. 문화관광부는 북한이 신청한 고구려 고분군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될 수 있도록 북한 당국과 협력하여 지원할 것

촉구 사항 1-3번까지는 동북공정에 관한 것으로 많은 보도가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동북공정의 일환으로 쓰여졌다고 밝힌 고구려사 관계 논문이 그들 홈페이지에 없다. 고구려사를 왜곡했다는 근거 자체가 없다는 것이다. 불분명한 것을 여기에 쓸 필요는 없고, 촉구 사항 4번은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이 촉구가 나오기 전까지의 상황을 시기순으로 요약해 써 본다.

ㅇ 2001년 말, 북한이 평양 지역 고구려 고분 63기를, 유네스코 산하기관인 세계유산위원회(WHC)의 세계문화유산목록에 등재 신청했다. 이 신청을 히라야마라는 일본 유네스코 친선대사 등이 중심이 되어 추진했다고 한다.
ㅇ 2002년 2월, 중국도 고구려 도읍지였던 환런(桓仁: 졸본성 터)과 지인(集安: 국내성 터) 일대를 유산목록에 등재 신청했다.
ㅇ 2003년 7월, 유네스코 자문기관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가 북한 내의 고구려 유적 보존 상태가 좋지 않다는 보고서를 WHC에 냈다. 이런 까닭에 2001년에 북한이 등재 신청한 것이 이 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그대신 WHC는 북한, 중국 양쪽 영토에 있는 유적을 양국 공동으로 유산목록에 등재하도록 권고키로 결정했다. 북한은 이 권고를 거절했다.
ㅇ 금년 6월 쑤저우(蘇州)에서 열리는 WHC 총회에서 이 양쪽의 유산 등재 문제를 다루게 되어 있다.

이 쑤저우 WHC 총회에서 북한의 고구려 고분이 유산목록에 등재될 수 있도록, 정부가 ‘북한 당국과 협력하여 지원’하라는 것이, 위의 17개 학회 공동성명의 4번 촉구다. 정부가 ‘지원’하라는 얘기는 말로만 하라는 것이 아니고 남북교류협력기금 등의 돈을 북한에 주라는 의미다.

‘동북공정’과 ‘유산목록 등재’는 그 성격이 다르다. 동북공정은 역사란 무형의 학문에 속한 것이고, 목록 등재는 유적이란 유형의 것을 단기간에 서류로 형식 처리하는 것이다. 이런 다른 성격의 문제를 함께 묶어, 17개 학회가 한국과 중국 정부에 위와 같은 4개의 촉구를 한다는 것은, 한국인들로 하여금 ‘고구려사 = 유산목록 등재’라는 의식의 혼란을 일으킨다. 혼란의 한 예를 들면, 북한이 어떤 이유로 유산목록에 고분 등재를 다시 포기한다면, 사람들은 북한이 고구려사를 포기했다고 느끼게 된다. 이 결과는 남북한 간에 이질감을 더 깊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한 국가의 영토 안에 있는 부동산인 유적은 그 국가가 소유, 관리함이 상식이다. 한국 정부가 북한에 대해 목록 등재 협력을 제의한다는 것은 내정 간섭으로 비쳐 그들의 자존심을 상하게 할 수 있다. 동시에 중국에서는, 한반도로부터의 새로운 영토 위협 대두로 간주할 수 있다. 중국은 현재 한국의 최대 무역 상대국이며, 2003년의 대 중국 투자만도 40억달러로 홍콩, 일본에 뒤이어 3번째다. 이런 마당에 인문학이라 하여 어떤 집단 행동이든 사회적인 면책을 받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목록 등재 건으로 만주의 유적을 한민족의 것 운운하여 중국을 자극하면, 한국 역사학자들이 고대사를 연구할 수 있는 현장을 잃는다. 빈약한 한국 고대사의 내용을 실증하고 확충시키려면 역사 현장에서 발굴되는 유적과 유물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 현장에 역사학자가 접근치 못한다면, 고조선이라고 뭉뚱거려 부르는 2-3천년 간의 역사 공백기와 부여, 고구려, 발해의 역사는 지금보다 더욱 우리로부터 멀어지게 된다.

17개 학회 집단의 성격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모르겠으나, 이 목록 등록 건만 보더라도 그들은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해 부적절한 대응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일부 사람들이 한술 더 떠, 남북통일이 되면 만주를 우리 땅으로 되찾고, 북한이 붕괴되면 중국 땅이 되고 등 점쟁이 투로 얘기하는 것은 그들의 호전성만을 드러내는 것이며, 동북 3성에 사는 조선족 100만명 이상과 탈북자 수십만명에게 당장 불이익이 올 수 있다는 현실을 망각한 것이다. (끝)

- 2004.02.10

홍 순 훈

아하출판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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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columnist.org/h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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