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1월 10일 칼럼니스트 COLUMNIST No.198
1999.09.19 창간 서울칼럼니스트모임 (Seoul Columnists Society) 주4~5회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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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호 보기 *누구나 칼럼 *의견함
합격자발표장에 합격자가 없다

입시전쟁이 한창이다. 어제는 일부 대학에서 수능시험도 치렀다. 특차전형은 벌써 발표되었고 조금있으면 일반전형의 결과가 나올 것이다.

매년 이맘때면 겪게 되는 대학입시 합격자발표를 보노라면 우리들이 정보화사회에서 살고 있음을 절감하게 된다.

대학입시 원서를 PC통신으로 접수하는 일을 신기하게 여겼던 것이 불과 4∼5년전이었는데, 이제는 더욱 빠르고 확실한 인터넷으로 접수하고 결과발표도 인터넷으로 확인하는 시대로 변했다.

실제로 대학입시 합격자 발표장에 가보면 명단은 게시해놓고 있으나 과거처럼 사람들은 별로 없다. 합격자들이 합격의 기쁨을 맛보러 현장에 와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요즘 입시생들에게 지난날의 합격자발표 풍속도를 얘기해주면 어떤 생각을 갖게 될까 궁금해진다. 많은 사람들이 몇 년전 PC통신으로 합격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듯이 N세대들은 불과 몇 해전이나 그 이전의 일들에 대해 믿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일지 모르겠다.

우선 지난 50, 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그때는 합격자 발표가 나면 신문이나 라디오에서 명단을 실어주거나 방송을 해주었다. 그것도 이른바 명문대학교 합격생만을 대상으로 했다. 학교수가 그리 많지 않았던 것도 한가지 이유가 되긴 했다. (당시는 고등학교는 물론 중학교까지 입학시험이 있었는데 명문 중·고교 합격생도 언론에서 명단을 발표해 주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반드시 합격자 발표장까지 가야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한번 정도 방송을 하거나 일부신문에만 게재됐으니 이를 놓친 사람들은 그래야만 했다. 더욱이 일류대학이 아니면 물론 보도대상에서 제외됐다.

그러다가 70년대에 들어 우리나라가 근대화의 길을 걷기 시작하면서 국민의 지적수준이 높아지자 일류학교만을 대상으로 합격자소식을 전한다는 사실이 매우 부정적인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이같은 지적에 따라 언론에서 직접 발표하는 일은 없어져 버렸다.

이후 한동안은 합격여부를 알아보려면 무조건 학교로 가야 했다. 그래도 신문사나 방송사에는 합격여부를 알아달라는 민원(?)이 끊이질 않았다. 담당기자들은 이 일로 취재는 뒷전이고 간부들이나 친지들의 부탁에 따라 합격여부를 알아보느라 여간 고생이 아니었다.

70년대 중반쯤 되어서는 신문사나 방송사에서 합격자명단을 대학측으로부터 입수해 문의전화가 걸려오면 내근 중이던 기자들이 바쁜 가운데서도 합격·불합격을 알려주었었다. 물론 이때까지만 해도 전화상으로 합격자 명단을 확인한다는 것이 어색하거나 미덥지 않아 합격자 발표장에 직접 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이같은 행태는 80년대 중반까지 이어오다 국산 전자교환기의 개발 등으로 전화사정이 좋아지자 각 신문.방송사는 독자나 시청자들에 대한 서비스 강화차원에서 경쟁적으로 합격자명단 확인 전용전화를 여러 대 설치해 놓고 문의전화에 응했다. 이를 위해 별도로 직원을 배치하기도 했다.

그러던 것이 90년대 초반에 와서는 아예 전화국(통신공사)측에서 합격자문의전화를 특별히 언론사에 공짜로 가설하는 친절(?)까지 베푸는 단계에 이르렀다. 알고 보았더니 언론사로 걸려온 전화에 대한 요금은 전화국과 언론사가 일정비율로 나누어 먹는 기발한 발상이었다. 요즘의 일부 자동응답전화(ARS)가 이런 방식으로 수익을 올리는 이치와 비슷했다.

그러면 언론사에서는 사고(社告)로 이 사실을 알려 독자나 시청자들이 이용토록 했는데 이처럼 전화국에서 「친절」을 베푼 것은 일반시민들이 전화를 많이 걸면 걸수록 수익이 올라가지 때문이라는 것을 안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일종의 전화걸기 판촉이었던 셈이다.

이런 방식이 꽤 수익을 내게 되자 각 언론사들은 합격자 명단발표가 연중 사업으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필자가 근무했던 신문사만 해도 별도의 문의전화를 10여대 긴급설치한 뒤 전담직원도 5∼6명 따로 앉혀 놓고 전화가 올 때마다 일일이 합격자 명부를 뒤져 합격여부를 알려주었다. 아마 지금 같았으면 ARS로 안내했을 텐데 그때만 해도 통신이 지금처럼 발달하지 않아 그야말로 수동식으로 처리할 수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안내전화가 놓여있는 인근 부서는 전화벨소리 때문에 근무하기가 힘들 정도였으나 90년대 중반부터는 상황이 거짓말처럼 완전히 달라지고 말았다. 우선 안내전화를 가설하지 않았으며, 전담안내자도 물론 배치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수험생이나 학부모들은 어떤 방식으로 합격여부를 알 수 있게 됐을까. 그것은 음성정보통신을 이용하는 방법이었다. 말하자면 ARS방식이 나타난 것이다.

90년대 초 야구소식이나 음악청취, 운세판단 등 몇 가지 아이템을 음성으로 알려주기 시작한 음성정보서비스가 「대학입시 합격자 발표」까지 대행(?)하기 시작하자 모두들 그쪽으로 몰렸다. 온라인으로 처리되는 시내전화 통화료만 내면 얼마든지 자신이 궁금한 내용을 알아볼 수 있어 굳이 언론사에 직접 확인할 필요가 없게 된 것이다.

이 방법은 그러나 통화가 길수록 그만큼 많은 요금이 들어가게 된다. 뿐만 아니라 음성으로 듣는 정보는 합격자에게든 불합격자에게든 미심쩍어진다. 사람의 심리는 직접 눈으로 확인하나 만져보아야 마음이 놓이는 법이다. 그래서 이보다 한발 더 발전된 방식을 택하기 시작했는데 그것이 바로 화면으로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는 PC통신이었다.

당시 입시시즌을 맞으면 한국통신(전화자동안내시스템인 다이얼2000서비스)과 데이콤(천리안), 한국PC통신(하이텔) 등 PC통신회사들은 이 방법으로 상당한 재미를 보았다. 검색하는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그만큼 검색료를 벌기 때문이었다. 바야흐로 인터넷시대를 맞은 지금은 PC통신뿐만 아니라 대학측의 홈페이지 등 인터넷으로도 확인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컴퓨터는 우리의 일상생활을 다양하게 바꾸어 가고 있다. 대학입시와 관련된 풍속도가 이처럼 바뀐 것도 컴퓨터사용이 보편화되면서 컴퓨터통신 관련회사들이 서비스내용을 확충해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40, 50년전 합격자 발표장까지 가서 직접 눈으로 확인을 해야 했던 일이 여러 가지 방식으로 변천해오다 이제는 책상 앞에 있는 컴퓨터단말기로 아주 손쉽게 확인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참으로 편리한 세상이다. 지금이야말로 누가 뭐라고 해도 「정보화사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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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일
월간 인터넷라이프 편집인.편집국장
2001.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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