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전형료 장사

대학들이 입시전형료 수입으로 ‘행복한 고민’을 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9 6년부터이다.그해부터 대입복수 지원이 확대되면서 수험생들이 많게는 4∼5 개 대학에 원서를 제출함에 따라 대학의 입시전형료 수입이 폭증한 것이다. 지원학생이 많은 대학은 10억원이 넘는 수입을 올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세 금 한푼 내지 않는 짭짤한 수입이었다.대학은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공 익법인이어서 법인세,부가가치세 등을 납부하지 않기 때문이다.

99학년도 전국 186개 대학의 입시전형료 총 수입이 712억원에 달한 것으로 밝혀졌다.국민회의 신낙균(申樂均)·설훈(薛勳) 의원 등이 교육부가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조사대상 대학중 42.4%가 흑자,24.7%가 수지균 형,32.7%가 적자를 기록했다.흑자 대학중에는 24억원의 수익을 올려 순수익 만 10억원을 거둔 곳도 있다.흑자를 올리지 못한 것으로 밝힌 대학도 전형료 수입 지출내역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흑자를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각 대학 이 전형료 수입으로 실험실습 기자재 구입비,학교 홍보비,신입생 설명회 지 원비 등을 지출한 것이다.교직원들에게 두툼한 보너스가 돌아가기도 했다.홍 보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70%를 넘는 등 전형료 수입이 원래 목적과는 다르게 쓰인 경우가 많았다.

입시전형료는 대학이 입시를 치르는데 필요한 경비를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라 입시생들로부터 받는 돈이다.그렇다면 말 그대로 입학원서 및 입시요강 인쇄비,인건비 등 입시관리에 필요한 액수를 정확히 산정해 받아야 한다.입 시전형료로 엄청난 수익을 올린다는 것은 대학 당국이 전형료를 주먹구구식 으로 책정하고 있거나 아니면 입시 대목을 노리는 장삿속에 의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을 듯 싶다.결국 피해자는 대학입학이라는 절대명제 앞에 약자 일 수밖에 없는 학생과 학부모들이다.입시전형료가 지원계열과 논술고사 유 무에 따라 2만∼9만원이기 때문에 한 학생이 5차례 복수지원을 할 경우 10만 ∼45만원이나 필요하다.지방학생일 경우 교통비와 숙박비를 합하면 100만원 이 넘게 된다.이런 문제점을 YMCA 등 시민단체와 소비자보호원,그리고 언론 이 여러차례 지적해왔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시정되지 않는 것은 교육 서비스의 독과점적 지위에 안주한 대학의 횡포이다.지도 감독에 소홀한 교육 부에도 책임이 없지 않다.

각 대학은 입시전형료를 낮추고 전형료 사용내역을 공개해야 하며 당국은 입시원서 양식의 통일과 인터넷을 활용한 온라인 원서접수 확대 등을 통해 입시비용 절감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합격자 발표를 앞당겨 불필요한 원 서접수를 막는 것도 생각해 볼만 하다.대학입시 전형료의 2∼3배에 달하는 편입학 전형료도 당연히 내려야 한다.시민단체들이 대학을 상대로 부당이익 반환 운동을 벌이기 전에.

任英淑 논설위원
대한매일 1999.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