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분야 : 오피니언 [대한매일]
게재일자 : 1999년11월16일

문화재 발굴과 관리


문화재를 보호하는 최선의 방법은 발굴하지 않고 땅속에 그대로 두는 것이 라는 우스개가 있다.수백 수천년동안 땅속에서 고이 간직됐던 문화재가 공기 중에 노출된 후 급속도로 훼손되는 것을 막지 못할 바엔 발굴 작업을 하지 않는 게 낫다는 말이다.

문화재 보호 및 보존관리 실태에 대한 감사원의 최근 감사결과는 이 말이 우리 현실에 그대로 들어 맞는 것임을 뼈아프게 보여준다.발굴된 매장 문화 재는 국가에 귀속하도록 돼 있는데도 지난 60년 이후 전국 유적지에서 발굴 된 유물 16만4,000여점이 신고되지 않은채 대학박물관에 보관돼 있고 그나마 관리소홀로 철제유물의 경우 거의 절반이 녹슨 상태라니 참으로 한심하다.보 물로 지정한 문화재도 함부로 다루어 철조불상이 금동불상으로 탈바꿈했는가 하면 개인 소장 보물 2점은 행방이 묘연하다니 도대체 문화재가‘관리’되고 있기는 한지 의심스럽다.

발굴된 매장문화재 관리에 대한 감사가 이루어지기는 이번이 처음인 셈이어 서 모든 문제점이 총체적으로 드러난 것이라지만 우리 문화재 관리가 이 지 경이라는 것은 충격적이다.아예 발굴하지 않고 땅속에 그대로 두는 것이 낫 겠지만 그럴 수도 없는 상황이다.도로건설,아파트 건립등 국토개발에 따른 구제발굴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문화재 발굴의 주역은 대학박물관이다.그러나 대학박물관 본 연의 임무는 문화재 보존과 전시,그리고 교육이다.대학이 구제발굴 용역을 맡아 파생되는 문제점에 대해서는 오래전부터 고고학계에서 지적해왔던 터다 .대규모 예산과 이름내기에 눈독을 들인 용역발굴이 고고학계를 망친다고까 지 말하는 전문가들도 있다.물론 현실적으로 구제발굴 수요는 늘어나고 책임 있는 발굴전문기관은 부족한 상황에서 대학이 동원될 수 밖에 없고 대학이 문화재 보존에 기여한 측면도 없지 않다.그러나 장기적으로는 각 지자체가 문화재 발굴 전문기구를 설립,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학박물관이 발굴한 문화재를 국가에 귀속시키지 않고 보관한 것은 대학의 연구자료 확보 욕심,우리 문화재 행정 수준과 문화재 당국의 위상,제도적 미 비점등이 복합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문화재 당국과 각 대학은 지금이라도 이 문제를 깨끗이 정리해야 한다.발굴 문화재를 그 등급에 따라 국가나 대학 이 보관하도록 제도정비도 해야 할 것이다.위탁보관 문화재를 포함해서 대학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문화유물이 약 25만5,000점으로 국립박물관(23만3,0 00점)보다 많음에도 불구하고 형편없는 대학박물관 시설개선과 연구인력 충 원도 이루어져야 한다. 불교문화재가 신앙의 대상이란 이유로 원형이 훼손되 는 것을 더이상 방치해서는 안되며 개인소장 문화재의 소재 파악을 소유자의 신고에만 의지하도록 한 것도 시급히 개선해야 할 점이다.

/任英淑 대한매일 논설위원 ysi@k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