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와 일본학

마침내 서울대에 일본학 과정이 개설될 것인가.이기준(李基俊) 서울대 총장 과 하스미 시게히코(蓮實重彦) 도쿄대 총장이 7일 발표한 공동선언문은 그동 안 일본학 연구를 둘러싼 서울대의 오랜 논란에 종지부를 찍게 할 것인지 주 목된다.

‘서울대·도쿄대 교류 및 협력에 대학 공동선언문’은 이르면 새해 서울대 에 일본학 연구과정을,도쿄대에 한국학 연구과정을 개설한다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또 두 대학 총장이 매년 교차방문하고 부총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교류협력특별위원회를 각각 설치해 적어도 1년에 1회 이상 회의를 갖고 상호 협력의제를 설정하고 실행실적을 점검하기로 했다.

이 선언문이 구체화되고 실행된다면 한국과 일본간의 ‘비정상적인 관계’ 하나가 청산된다.국제화시대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나라에 대한 학문적 빗 장이 양국의 대표적인 국립대학에 의해 완전히 풀리는 것이다.따라서 지금까 지 전공별로 분산돼 이루어진 서울대의 일본 연구가 체계화·종합화될 수도 있을 것이다.

국내 대학과 외국 대학의 교류협력 강화는 사실 이제 뉴스라고 할 수도 없 다.서울대가 교류협력 협정을 맺은 외국대학만도 수십 개에 이른다.그럼에도 이 선언문이 눈길을 끄는 것은 일본이 우리 역사속에 차지하는 특수한 위치 와 국립대학으로서 서울대가 지닌 상징성 때문이다.지난 46년 개교 이래 서 울대가 일본 관련 교과목 편성이나 연구과정 개설에 소극적이었던 것 또한 그 때문이다.

일본학 연구소 설립을 위한 일본측의 100만달러 자금 지원 제의설로 교수들 간에 한때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는 등 일본에 대한 학문적 연구의 필요성과 민족감정 사이에 첨예한 대립을 보여 온 서울대 교수들은 물론이고 서울대 교수 못지않게 자존심 강한 도쿄대 교수들을 설득하는 작업이 남아 있어 이 번 선언의 성공 여부를 낙관할 수 없다 한다.

그러나 민족감정과는 별개로 이제 국제전문인력 양성 차원에서 일본학 연구 가 이루어져야 할 때라고 본다.아니 일본문화 개방이 상당히 진전되고 있는 터에 이미 늦었다고도 할 수 있다.서울대가 일본어를 제2외국어로 인정할 경 우 고등학교에서의 제2외국어 선택이 일본어에 편중될 것이라는 염려도 있고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도쿄대와 동시에 똑같은 비중의 프로그램을 설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있다.귀담아 듣고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노력은 해야 하겠지만 기계적인 상호주의 원칙보다 더 중요한 것은 독립적인 연구자 세다.일제의 조선침탈은 한반도에 대한 철저한 연구를 바탕으로 한 것이었다 .한국과 일본의 동반자 관계를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들은 그 사실을 기억하 며 서울대에 일본학 과정이 개설되는 것을 인정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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任英淑 대한매일 논설위원

대한매일 2000.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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