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틴 성당
로마 교황청의 한 모퉁이에 자리잡은 시스틴 성당은 교황 선출 장소로 유명 하지만 일반인들에겐 르네상스 회화의 보고(寶庫)로 더 주목 받는 곳이다.이 성당에 처음 그려진 벽화는 ‘예수의 생애’와 ‘모세의 생애’ 등 좌우 벽 면에 그려진 12점.보티첼리·기를란다이요·페루지노·시뇨렐리·로셀리 등 당시 피렌체와 움브리아의 대표적 화가들이 교황 식스투스 4세의 명령을 받 고 1481∼1483년에 제작한 것이다.

이어 미켈란젤로의 저 유명한 천정화와 ‘최후의 심판’이 그려진다.천지창 조를 보여주는 천정화는 교황 율리우스 2세의 명령으로,제단 뒤 벽의 ‘최후 의 심판’은 교황 바오로 3세의 위촉을 받아 그려졌다.결국 시스틴 성당에는 르네상스 전기부터 후기 바로크 회화의 태동까지 보여주는 작품들이 함께 모 이게 됐다. 특히 미켈란젤로의 작품은 ‘지난 1,000년간 최고의 그림’으로 선정(96년 미국 신문 워싱턴 포스트)됐을 정도의 걸작이다.

이 위대한 미술품들이 오랜 세월 먼지로 흐려지고 후세의 가필로 훼손된 것 을 복원하는 작업이 20년 만에 마무리돼 11일 그 축하미사가 교황 요한 바오 로 2세의 집전으로 열렸다.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중 하느님이 아담에게 숨결을 불어 넣는 장면이 지난 89년 복원되고 ‘최후의 심판’이 94년 복원 된 데 이어 마지막 남아있던 성당 좌우 벽면의 그림 12점의 먼지제거 작업이 끝난 것이다.

이번 좌우벽면 벽화 복원작업에 들어간 경비만도 310만달러에 이른다.‘최 후의 심판’ 복원비용은 일본의 한 TV방송사가 그림 판권을 갖는 대신 부담 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복원작업 과정에서 가장 큰 화제를 모은 것은 ‘최후 의 심판’에 등장하는 나체 인물들에 대한 후세의 가필을 제거하는 일이었다 .미켈란젤로는 예수는 물론 베드로 등 등장인물 1백여명을 모두 나체로 그렸 으나 16세기 후반부터 신성모독이라는 비판에 밀려 주요인물의 국부를 가리 는 가필이 시작돼 17,18세기까지 40여명의 인물에 허리띠가 입혀졌다.

교황청은 복원작업을 시작하면서 가필된 부분을 제거하기로 했으나 적나라 한 묘사에 충격을 받아 16세기 ‘허리띠 제조자’ 다니엘 다 볼테라가 가필 한 부분은 그대로 남기기로 했다.이 과정에서 지옥의 심판관 미노스의 남성 이 뱀에 물린 것으로 드러나,미켈란젤로와 사이가 나빠 미노스의 모델이 된 교황청 의전관 비아조 마르티넬리에 대한 화가의 그림을 통한 복수가 미소를 자아내기도 했다.

시스틴 성당 벽화 복원작업이 원화의 예술성을 오히려 훼손시켰다는 논란도 없지 않으나 시멘트와 철근에 싸여 원래 모습이 아리송해진 우리 석굴암 복 원작업은 언제쯤 시작될 수 있을는지 궁금해진다.

任英淑 대한매일논설위원 ysi@kdaily.com]
대한매일 1999.1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