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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동 길
현대도시들은 바둑판처럼 질서정연하게 설계되지만 구불구불 아기자기한 골 목길에 사람들은 향수를 느낀다.역사의 향기가 밴 골목은 그래서 관광명소가 된다.유럽 관광안내 책자들은 그런 골목을 빼놓지 않고 소개한다.그 고장의 전통과 문화,그리고 생활상을 가장 생생하게 보여주는 곳이기 때문이다.스 톡홀름 구(舊)시가지의 감라스탄처럼 골목길이 얼마나 좁은가가 화제가 되는 경우도 있다. 서울에는 인사동이라는 멋진 골목이 있다.종로구 안국동 로터리에서 종로2 가 탑골공원 3거리까지 약 1㎞에 이르는 길이다.이 길을 등줄기 삼아 양옆으 로 미로처럼 뻗어 있는 20여개의 좁은 뒷골목까지 포함해서 흔히 ‘인사동길 ’‘인사동 골목’으로 부른다.화랑과 골동품점·필방·표구점·전통찻집· 한식집 등이 고만고만한 규모로 오밀조밀 늘어서 있어 서울 어느 곳에서도 느낄 수 없는 옛맛을 간직한 이곳은 이미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까지 방문한 명소다. 그러나 이 전통문화 거리의 앞날은 불확실하다.건물 주인이나 땅 주인이 바 뀌면 전자오락실나 호프집이 들어서는 등 거리 모습이 바뀌기 때문이다.인사 동 골목의 집들 가운데 약 70%가 한옥이지만 가회동처럼 보호대상은 아니다. 게다가 당국마저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좁은 골목길을 넓히고 막힌 골목 을 뚫어 ‘시민들의 통행편의’를 돕는다는 엉뚱한 계획을 내놓기도 했다.이 계획은 시민단체와 지역상인들의 반대로 실행되지 않았지만 인사동의 불안 한 앞날을 보여주는 것이다. 인사동길 등줄기 한복판에 있는 400여평의 땅과 부속건물이 최근 팔려나가 이 지역의 ‘현대적 개발’에 대한 우려가 다시 일고 있다.이곳에 자리잡은 전통문화 업소 12곳이 내년 3월까지 가게를 비워야 하게 됐다는 것이다.현대 적 빌딩이 들어서면 임대료가 오르기 때문에 화랑·골동품 가게 등이 계속 자리를 지킬 수 없다는 이야기다.이런 식으로 야금야금 인사동 모습이 바뀌 어가면 인사동이 그 정취를 잃게 될 날도 멀지 않을 것이다. 개발이란 명목으로 인사동이 훼손되는 것을 막아야 하겠지만 현재로선 인사 동의 땅임자나 건물주의 재산권 행사를 막을 방법은 없다.고작해야 고도제한 규정에 따라 5층 이상 건물만 못짓게 할 수 있을 뿐이다.결국 성숙한 시민 의식에 기대할 수밖에 없는데 마침 지난 일요일 인사동에서는 종로연대 발대 식이 있었다.서울YMCA·인사전통문화보존회·도시연대·조계사 등 종로에 뿌 리를 내린 4개 단체로 구성된 종로연대는 인사동을 포함한 서울 북촌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지켜 우리 아이들이 서울을 고향이라 부를 수 있게 하려 한다 니 그 활동에 우선 기대해본다.아울러 당국도 인사동을 지키는 것이 개인 재 산권을 더욱 보호받는 길이 되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임영숙 대한매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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