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11.08

은하계 생성 신비 규명
우주의 엄청난 크기에 비하면 지구는 조그만 티끌에 지나지 않는다.지구는 태양 둘레의 궤도를 돌고 있는 아홉개의 행성중 하나인데 이 태양계도 직경 이 약 10만광년에 이르는 거대한 은하계의 일부에 불과하다.지난 4월 지구에 서 44광년(약 400조㎞) 떨어진 곳에서 ‘입실론 안드로메다’를 중심으로 한 또 하나의 태양계가 발견됐듯이 2,000억개의 별을 지닌 은하계에는 여러개 의 태양계가 존재할 것으로 추정된다.미국의 과학자들은 허블 우주망원경 관 측자료를 바탕으로 이런 은하계가 우주에 1,250억개에 달한다고 올해 초 발 표한 바 있다.지난 95년까지만 해도 과학자들은 은하계가 800억개 정도 될 것으로 관측했었다.인간은 이 우주에서 티끌속의 티끌에 불과한 존재지만 우 주의 신비를 풀어가는 지혜를 지녔다는 점에서 위대하다.

한국 과학자들이 은하계의 형성이론을 바꿀 획기적인 연구 결과를 내 놓았 다.연세대 천문우주학과 이영욱(李榮旭)교수팀이 그동안 우리 은하계의 성단 (星團)으로 알려진 오메가 센타우리 천체가 100억년 전 우리 은하와 충돌한 다른 은하의 잔재라는 사실을 밝혀냈다.우리 은하계의 성단은 생성시기와 화 학조성이 같은 종류의 별들이 밀집한 것인 데 반해 오메가 센타우리 천체는 은하처럼 다양한 종족의 별들이 섞여 있다는 것이다.이교수팀이 칠레의 세로 톨로로 미국 국립천문대에서 1주일 동안 관측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밝혀낸 이 사실은 우리 은하가 20여개의 다른 작은 은하들과 충돌하고 흡수되면서 형성됐다는 가설을 입증해 주는 결정적인 증거가 된다.은하계 생성에 대한 기존학설은 거대한 가스구름(성운·星雲)이 중력으로 수축돼 은하원반이 생 겨났다는 것이었다.

세계적인 권위를 지닌 영국 과학전문지 네이처 최신호(4일자)는 이 연구결 과를 주요논문으로 소개하면서 그 의미를 평가하는 해설논문까지 곁들였다 한다.이 성과는 지난달 서울대 노태원 교수팀의 차세대 반도체 F램 신물질 개발처럼 경제적 실익을 눈앞에 보여 주는 것은 아니지만 기초과학의 개가라 는 점에서 더욱 값진 것이다.한국의 21세기 우주과학 선진국 진입을 도울 수 있는 연구성과이기 때문이다.특히 이번 연구과정에서 디지털 관측자료 자동 분석 프로그램을 개발한 이교수는 오는 2001년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발 사할 우주망원경 계획에도 참여하고 있어 기대를 모은다.

인천 호프집 화재참사나 언론문건과 언론인 그리고 이를 둘러싼 정치권의 구태(舊態)는 절망을 안겨주지만 이런 과학적 쾌거가 있는한 희망을 가져도 될 듯 싶다.이교수팀이 단돈 1,000만원으로 연구를 시작해야 했을 만큼 열악 한 우리 과학기술연구환경이 개선돼야 그 희망 또한 지속될 수 있겠지만….

任英淑 대한매일 논설위원 ysi@k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