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매일 1999.12.03
월드컵 마스코트


 1일 공개된 2002년 월드컵 마스코트 ‘아트모’는 친근하게 다가오질  않는
다.동물이나 식물을 의인화해 표현했던 기왕의 올림픽 및 월드컵 마스코트와
달리 상상속 외계생명체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탓일까.

 아트모 우주왕국 왕자가 대왕으로부터 “지상으로 내려가 2002년 월드컵 축
제 분위기를 고조시키라”는 임무를 받고 오는데 말썽꾸러기 아트모B와 아트
모C가 몰래 따라 내려오다가 현해탄에서 풍랑을 만나 각기 한국과  일본으로
헤어지면서 여러가지 모험을 겪는다는 만화영화식 설정이 재미있긴  하다.기
존 마스코트들이 주인공 하나만을 내세웠던 데 비해 여러 출연진을 내세우고
2차원 평면에서 벗어나 3차원 동영상을 도입한 것도 새롭게 보인다.

 그러나 낯설고 생경하다.제작 관계자들은 미래 세계의 주인공인 10∼20대에
눈높이를 맞추었다고 설명했다는데  눈높이가 전혀 다른 세대에 속한 탓일지
도 모르겠다.월드컵 마스코트 ‘아트모’는 “다가올 2000년대의 적응전략을
찾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아이들 세계를 보고  만화를 읽으라”고 권고한  미
국의 문화비평가 더글러스 러시코프(‘카오스의 아이들’)의 말을 충실히 따
른 것처럼 보인다.전세계 청소년들을 상대로 미리 시장조사를 해 본 결과 상
당한 호응을 받아냈다니 말이다.

 국제축구연맹(FIFA)으로서는 전세계적 호응만 얻어낸다면 성공으로  생각하
겠지만 공동주최국의 한쪽인 한국 국민으로서 우리 정서가 거의 느껴지지 않
는‘아트모’는 이상하다. 올림픽이나 월드컵 엠블럼과 마스코트는 주최국의
문화를 전세계에 알리는 한편 경제적으로도  엄청난 파급효과를 가져오는 상
징적 기호이다.‘아트모’는 FIFA에 돈을 안겨 줄지는 몰라도 2002년 월드컵
공동개최국인 한국 문화를 전세계에 알리고 우리 문화산업 발전의 계기가 될
수는 없다. 게다가‘아트모’가 일본색을 많이 띠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이 지적이 사실이라면 한국보다 큰 일본 시장이 배려된 결과일지도 모
른다.

 2002년 월드컵 마스코트는 원래 한국과 일본,그리고 FIFA가 각각  만들기로
했다가 공동개최에 따른 어려움을 이유로 한·일 합의를 거쳐 하나의 공동안
이 나오게 된 것이다.FIFA가 영국에 본사를 둔 인터브랜드사에 디자인을  맡
겨 ‘아트모’가 탄생한 것인데 한·일 양국은 디자인산업 발전의 결정적 기
회를 놓친 셈이다.월드컵 엠블럼이나 마스코트가 직접·간접으로 가져올  엄
청난 문화산업 파급효과를 스스로 차단한 셈이다.말로는 디자인 분야를 21세
기의 새로운 전략산업으로 육성한다면서 한국의 디자인이 성장할 수 있는 기
회를 봉쇄한 것은 잘못이다.공동개최국끼리 서로 견제하다가 역대 어느 월드
컵때보다 FIFA에 너무 많은 힘을 실어준 결과 한국은 재주만 부리는 곰이 되
지 않았나 싶다.

[任英淑 논설위원 ysi@k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