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분야 : 오피니언 [대한매일]
게재일자 : 1999년12월15일

국립예술대 논란


 요즘 문화예술계는 한국예술종합학교를 국립예술대학교로 지위변경하는  설
치법의 국회심의를 놓고 논란이 분분하다.원래 이 법안은 국회 문화관광위원
회에서 의원입법으로 여야 합의에 따라 지난달 통과될 예정이었으나 기존 예
술계 대학들의 거센 반대에 부닥쳐 보류된 상태다.

 한국예술종합학교는 예술인재를 양성하는 실기위주 교육기관이  필요하다는
문화계 여론에 따라 지난 93년 문화관광부가 설립한 학교다.졸업생들에게 학
사학위에 해당하는 ‘예술사’ 학위도 준다.사실상 국립대학이지만 교육법으
로는 ‘각종학교’에 속해 장애인학교 등 특수학교와 같은 지위에 머물러 있
다.

 국립예술대 설치법은 이같은 모순을 해결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가 영재교육
,학위없는  실기교육과 더불어 외국의 예술교육기관들처럼 실기·이론  전문
석사와 박사 학위까지 줄 수 있는 다층적이고 복합적인 교육을 실시할 수 있
도록 한다는 것이다.

  기존 예술계 대학들이 이 법안에 반대하는 이유는 “대학체제를  비판하며
실기위주 컨서버터리로 개교한 학교가 대학이 되려는 것은 설립취지에  어긋
난다는 것”이다.또 “국립대로서 독점적 지위를 갖는 것은 특혜이자 중복투
자로 기존 예술계 대학들을 고사시킬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15일 열리는 국회 문광위 법안심사소위는 이 법안의 회기내 처리를  판가름
하는 분수령이 될 듯싶다.기존 예술계 대학들의 반발을 감안한 수정안이  논
의되는 것이다.수정안은 원안에서 대폭 후퇴해 이론과정 박사(Ph.D)는  물론
실기 전문학위(석·박사)도 수여하지 않기로 했다.학교이름도  ‘국립예술대
학교’가  아닌 ‘한국예술대학교’로 바꾸기로 했다.결국 법안의  껍데기만
남은 셈이다.

  그러나 이 ‘껍데기’라도 필요하다는 점에 바로 우리 예술교육의  문제가
있다.한국예술종합학교  이강숙(李康淑)총장은 “맞춤복을 추구하는  예술을
기성복 틀에 맞출 수 없다”며 “교육법으로부터 해방된 예술교육법을  만들
어야 한다”고 주장한다.사실 인문대·자연대 위주의 일반 교육법에 따라 종
합대학 소속의 예술대나 관련 학과들은 상대적으로 소외돼 있다.지난달 26일
국회 공청회에서 서울대 음대 김민(金旻)학장이 “우리도 한국예술 종합학교
를 닮고 싶다.그러나 교육법 때문에 안되고 있다”고 말한 것도  예술교육에
부적절한 현행 교육법의 문제를 지적한 것이다.

 국립예술대 설치법이 껍데기 상태로 이번 회기중 국회에서 통과되든 안되든
간에 예술교육의 틀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노력은 계속돼야 할  것이다. 21세
기 국가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예술의 복합장르적 통합교육은 필수적이며  한
국예술종합학교는 그 조건에 가장 근접한 학교다.국립예술대 설치법은  특정
집단간의 이해관계를 뛰어넘어 미래지향적인 관점에서 풀어나가야 한다.기존
예술대가 살 길도 거기서 찾아야 할 것이다.

[任英淑  대한매일 논설위원
 ysi@k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