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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구와 남편 집안의 가구와 남편은 종종 동격으로 유머 대상이 된다.처음 들여 놓을 때는 그 산뜻함과 광채가 집안을 자르르한 윤기로 가득차게 하지만, 월부가 끝나가거나 나이가 들면 낡고 추해지며 집안 분위기까지 우중충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한 미국의 대표적인 우스개는 중고품 가구 바꿔쓰기 센터의 알림을 보고 이집,저집에서 주부들이 자기 남편을 끌고 나오더라는 것이고, 한국에서는 이사가는데 헌 가구들과 함께 버리고 갈까봐 남편이 몰래 이삿짐 사이에 강아지보다 먼저 올라타더라는 얘기쯤 될 것이다.그만큼 헌 가구와 낡은 남편은 할 수 있으면 과감히 교체해버리고 싶은 대상이다. 그렇지만 사람이 물건처럼 간단히 정리되는 것도 아니고, 할 수도 없는 일이다.그에 대한 반작용인지, 헛된 과시욕인지는 몰라도 주부들은 대체로 멀쩡한 가구 버리기를 좋아한다.물론 반대로 남편이 새 가구 들이자고 설치는 집도 적지 않다.어쨌든 평소에도 핑계만 생기면 갈아치우려 하고, 이사갈 때는 가구 개비가 마치 당연한 업무 같다.남자들 대부분은 아직도 쓸 만한데 왜 그러느냐고 반발하지만 찻잔 속의 태풍이요,허공에 사라지는 메아리일 뿐이다. 예전의 여성과 어머니들은 그렇지 않았다.식구들이 버리자고 성화를 해도 이것저것 모아 놓고, 여기저기 쑤셔 박아 온집을 부엉이 곳간으로 만들었다.그리고 때가 되면 요긴하게 사용해 버리자던 식구들 코를 납작하게 했다.그렇다고 남편들이 빈말로나마 칭찬을 하거나, 대놓고 곰살갑게 굴던 시절도 아니었다. 하지만 요즘 주부들은 버리길 좋아한다.환경부 조사에 따르면 한 해에 우리나라에서 폐기되는 멀쩡한 가구가 평균 97만점에 이른다.그 가운데 90% 가량이 그대로 땅속에 묻힌다.필요한 사람이 쓸 수 있으면 재활용, 자원절약 차원에서 바람직할 텐데 그렇지 못하니 토양을 오염시키고, 소각할 경우 유독가스를 내뿜는다.또 신제품 수요가 늘고 목재수입이 증가하니 외화낭비로 연결된다. 이 문제는 매우 복합적인 원인을 내포하고 있다.집과 가구가 주거와 실용개념의 대상이기보다 재산,신분과시용으로 잘못 인식된 점이 이런 부작용을 낳는다.외국처럼 붙박이장이 갖춰지지 않은 것도 멀쩡한 가구 폐기를 부채질한다. 환경부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97년 폐기물관리법을 개정하고, 2001년부터 대형가구폐기물 감량화의 의무적 시행이 본궤도에 오르도록 노력하고 있다.하지만 정부의 노력만으로 될 일이 아니다.에너지와 외화 절약,환경보호 차원에서 크게 생각하고 국민 모두 애를 써야 한다.선진국 사람들이 우리의 씀씀이를 보고 놀라는 것도 창피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박연호 논설위원 ynhp@kukminilbo.co.kr 1999.11.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