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의 컴맹퇴치 교육

글자를 읽고 쓰지 못하는 사람이 군복무를 한다면 지금 젊은이들로서는 이해할 수 없겠지만 1950년대 즉 한국전쟁의 여파가 아직도 가라앉지 않은 시절엔 너무나 흔한 일이었다.평균 학력이 낮아 초등학교만 나와도 면서기는 거뜬히 한다던 때였으니 당연한 현상이었다.그러나 까막눈 사병을 앞세워 전쟁을 한다는 것은 누가 보아도 위험스럽기 짝이 없는 일이다.

그래서 마련된 프로그램이 ‘군대내 문맹퇴치운동’이었다.한글을 가르치는 일이었다.특이한 지진아를 제외하면 교육 효과는 거의 만점에 가까웠다.그럴 수밖에 없었다.일반학교처럼 집에 다녀오는 게 아니고 부대 내에서 하는거니 싫든 좋든 진도를 따라가야 했다.땡땡이는 곧 탈영이니 상상도 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또 군대만이 갖는 강압적 방법에 감히 맞설 수 없었다.죽으라면 죽는 시늉이 아니라 죽어야 하는 것이 군대 아닌가.

누군가 말했듯이 “군인은 죽음에 고용되어 있고,살기 위해 죽으러 가는 것”이니 그런 상황에서 공부를 하면 되게 마련이었다.당장 전투가 급한데 문맹자들 글부터 가르치니 군으로서 전력상 많은 차질이 생겼지만 사회적으로는 크게 이바지했다.즉 학교와 가정이 해내지 못했던 국민의 교육 일부를 담당했던 것이다.

60년대 들어 그런 무학자는 없어졌지만 그에 가까운 학력의 사병들이 군복무를 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았다.실력이 달리기도 했지만 군대 용어 자체가 구식 한자어,일본식 영어,콩글리시 등 분별 없이 마구 쓰여 대학졸업 이상의 병사까지 헷갈릴 지경인 점도 원인의 하나였다.따라서 50년대와는 다르지만 저학력 사병들에 대한 여러가지 교육 프로그램이 사안별로 역시 있었다.그래서 군대 3년을 소모품으로만 지내다 온 게 아니라 고생에 비해 미미하지만 이같이 건진 것도 있었다.

최근 국방부가 벌이고 있는 ‘군내 컴맹퇴치운동’은 그런 시절을 생각케 한다.물론 지금은 당시처럼 기합과 몽둥이가 설치는 교육이 아니라 교육 동기를 부여해 스스로 하게 하니 하늘과 땅 차이가 나지만 군이 사회에 기여하는 바가 큰 점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 본다.

현재 입대하는 사병들의 전반적 수준으로 볼 때 컴맹은 거의 없을 것이다.그러나 초·중·고교의 컴퓨터 교육이 시간표에만 있고 내용은 부실한 곳이 전국적으로 적지 않다.또 상당한 수준이라 하더라도 인터넷 등의 발전이 현기증 날 정도로 빨라 군복무 기간 새로운 컴맹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점까지 고려해서 사병들에 대한 컴퓨터 교육이 이루어진다면 국방력뿐만 아니라 국가의 정보화 단계를 더 한층 올리는데도 큰 공을 세울 것이다.기대가 작지 않다.

/박연호 논설위원 ynhp@kukminilbo.co.kr
1999년 12월 2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