덧붙은 혹 지방의회

혹부리영감이 된 듯한 느낌이라는 국민들이 적지 않다.국회가 국민의 눈밖에 나 애물단지가 되자 지방의회가 없기 때문이라고 주장한 사람들이 많았다.지방의회의 당위성은 대세였다.풀뿌리 민주주의 확립을 위해 웬만한 부작용은 감수해야 한다는 여론에 밀려 일부 시기상조론은 묻히고 말았다.

국회가 그 기능을 제대로 못한 것으로도 모자라 의원 자질문제, 비리, 부정부패가 끊이지 않으니 차라리 없으면 좋겠다는 막말이 곳곳에서 나왔기 때문이다.미운 며느리 바람맞이에서 방귀라더니 한 술 더떠 툭하면 세비인상,보좌관 증원까지 몰래 시도해 국민들의 인내심 테스트까지 했다.그야말로 불필요한 혹이 아닐 수 없었다.

지방의회는 그 반사기대를 안고 출범했다.일반인들도 알아들을 만한 장점이 그만큼 많았다.지역 사정을 잘 아는 지방의원이 지자체 살림을 돌보고 주민들의 입장을 대변하며 오손도손 살면 얼마나 좋겠는가.또 의회 사무실이 생기면 하다못해 사환자리 하나라도 더 생기니 일자리 늘고,커피 한 잔이라도 더 팔려 돈이 무조건 서울로 집중하는 것을 완화시킬 수 있다는 소박한 기대도 나무랄 일이 아니었다.뿐만 아니라 정치지망생들의 자질향상 마당으로도 명분이 괜찮았다.

그러나 지자체 실시 직후부터 아니올씨다라는 비명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호화결혼, 토착비리, 골프외유, 뇌물수수 등 국회의원 뺨치는 추태를 서슴지 않았다.세비,보좌관 요청까지 어찌 그리도 닮았는지.결과적으로 국민들은 혹을 뗀 게 아니라 하나 더 붙인 꼴이 되었다.그렇지 않아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하루하루가 힘든 이 나라 백성들은 이래저래 죽을 맛이다.

참여연대의 ‘나라 곳간을 지키는 사람들’이 16일 발표한 서울시 및 구의원 해외연수실태를 보면 더욱 그렇다.일반인들의 같은 일정 여행경비보다 훨씬 많이 들여 대부분 관광만 하고 온 것이다.연수는 처삼촌 묘 벌초하듯 하고 관광은 확실히 했다.

다른 보도에 따르면 서울 및 각 지방의원들의 일부 출장보고서는 차라리 코미디다.상대국 담당관계자 면담 및 토론내용은 없고 여행안내서나 인터넷에 올라있는 정보 정도를 제출했다.그나마 중·고교생 감상문 수준에도 못미치는 건 고사하고 ‘숲속에서 낮잠자는 사람도 있네’ ‘그래도 출장은 가야 한다’라는 제목 등의 보고서까지 있어 수준을 의심케 했다.

국회를 비롯한 중앙정치권이 국민들 열받게 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한 것인가.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절대빈곤층이 늘어나는 시점에 주민들의 혈세를 그렇게 쓰고 다녀도 되는지 자문해 보기 바란다.국민은 더 이상 혹부리영감이 되고 싶지 않다.

/박연호 국민일보 논설위원

국민일보 1999.1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