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어린이들 참변인가

경기도 화성 씨랜드 수련원 사고로 이제 막 움트고 나온 새싹 20여명이 숨진 것이 얼마나 됐다고 또 경기도 고양에서 어린이들이 어처구니없는 참변을 당하는가.일이 터질 때마다 이런 일이 재발해서는 안된다고 다짐들을 했지만 그때뿐이었다는 사실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이번에 희생된 어린이들은 정신성장발육 등에서 약간 뒤진 아이들로 얼마간은 특수교육이 필요했다.따라서 특수교육학원 버스로 등교하던 길에 날벼락을 맞았다.같은 자식이라도 좀 처진 아이에 대한 사랑과 정성이 더 지극한 것은 모든 부모들의 같은 심정이어서 이 소식을 접한 사람들은 너나없이 아픈 마음을 견디느라 힘겨워 했다.

중년의 한 아버지가 몇시간 전에 세상을 떠난 아들의 영정을 껴안고 피눈물 흘리는 장면은 보는 이의 눈시울을 붉히게 했다.1년전인 3살때부터 자폐증세를 보여 남다른 정성을 들이고 보살피며 지난 1월부터 특수학원에 보냈는데 다행이 호전돼 기쁨을 주던 아들이 이처럼 허무하게 떠났으니 그 슬픔을 어떻게 형언할 것인가.아들이 전날까지도 뒹굴고 놀았을 아버지의 넓은 등이 그렇게 허전해 보일 수 없다.

다른 5명의 어린이들 부모라고 다르겠는가.조금씩 달라지면 보람을 느끼고,생각보다 늦어지면 애태우게 하던 아이들과 온몸으로 보내던 하루를 이제는 무슨 힘과 희망으로 버티어 나갈 것인가.다른 사람들이 모르는 꿈과 기대가 이렇게 참담하게 깨졌으니.

아이들을 지극한 정성으로 돌봐주던 학원원장까지 함께 세상을 떴다.예사 원장이 아니었다.청각장애인인 부모의 아들로 태어나 깨달은 바에 따라 평생을 특수교육에 바치기로 마음먹은 진정한 교육자였다.대학을 졸업하고 5년동안 과외와 막노동을 해서 번 돈으로 특수학원을 차려 해당 아동과 부모들의 등대지기 노릇을 해온 것이다.이번 사고는 그의 꿈과 특수교육이 필요한 사람들의 희망까지 거두어 갔다.

어린이 보호를 위한 노란색 버스제니 안전하게 길을 건너도록 하는 스쿨존이니 입만 열면 떠들지만 별로 효과가 없다.진정한 의지가 결여된 탓이다.사고를 낸 버스 운전사도 이런 의식이 체질화됐더라면 8중추돌을 일으킨 1차 사고 뒤에 일어난 2차 사고에서 이렇게 여러 명의 목숨을 앗아가지 않았을 것이다.

브레이크 고장 아니면 사고가 두려워 뺑소니치다 그랬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지만 도로상의 어린이 보호가 우선이라는 생각이 평소 자리잡고 있으면 어느 정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정말 이 땅은 어린이도 안심하고 키울 수 없는가.그렇다고 지난번 씨랜드 희생자의 한 부모처럼 모두 이민을 갈 형편도 아니다.말로만의 어린이 보호를 실행으로 바꾸는 비상조치가 늦었지만 이제는 나와야 할 때다.

박연호 국민일보 논설위원
국민일보 1999.1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