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설에도 기본이 있다

욕설은 어느 나라에나 있으며 대개 학교,군대,교도소,시장 등 특수집단에서 은어화돼 줄기찬 생명력을 유지한다.점잖은 말이 적절하게 표현해내지 못한 감정,상황을 성기,성교,형벌 등에 풍자,비유해서 내뱉는 음지의 언어로 때와 장소를 잘 가리고 아슬아슬한 선에서 절묘한 절제력을 발휘하면 양지 언어 못잖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그래서 욕설은 시,소설,미술,연극 등 여러가지 예술장르에서 양념 이상의 역할을 톡톡히 한다.

대표적인 것으로 김삿갓의 시를 들 수 있다.

書堂乃早知(서당내조지) 房中皆尊物(방중개존물)

生徒諸未十(생도제미십) 先生來不謁(선생내불알)

(서당을 일찍 알고 와보니 방안에는 모두 귀한 분들일세.생도는 열명도 안 되고 선생은 와서 얼굴도 내밀지 않네) 김삿갓이 추운 겨울날 하룻밤 재워 달라고 어느 서당에 들렸는데 미친 개 취급하며 쫓아내자 화가 나서 지은 작품이다.내용은 평범하지만 한자음은 그대로 욕설이 된다.그러나 이를 상스럽거나 추잡스럽다고 할 사람은 없다.오히려 그 재치에 부담없이 한바탕 웃게 된다.

민남진(본 남편 ) 그놈 자총 벙거지 쓴 놈

소대서방(샛서방) 그놈은 삿벙거지 쓴 놈

민남진 그놈 자총벙거지 쓴 놈은 빈논에 정어이(허수아비)로되

밤중만 삿벙거지 쓴 놈 보면 샛별 본 듯하여라

이는 작자 미상의 사설시조로 본 서방은 잠자리가 별 볼 일 없지만 샛서방은 훌륭해 그 생각만 해도 샛별 본 듯 정신이 번쩍 난다는 내용이다.자총벙거지,삿벙거지는 모두 남자의 성기를 묘사한 것이다.거의 포르노에 가까운 묘사지만 추함보다는 그 해학성에 정서적 풍요를 느낀다.

욕설은 이처럼 일반언어가 쉽게 담아내지 못하는 행동,감정을 순발력있게 묘사하고 포착하는 순기능을 담당한다.속담에도 ‘꼬부랑 ×× 제 발등에 오줌눈다’ ‘또아리로 × 가리기’ 등 욕설이 들어간 것이 셀 수 없이 많다.이런 것들이 적재적소에 쓰이면 품위를 자랑하는 어떤 말 못지 않게 정확한 내용전달,공감대 확산 등의 구실을 해낸다.

그러나 남을 모욕,저주,비하하기 위해서 쓰이면 흉기가 된다.따라서 같은 욕설이라도 풍자와 상말을 구분해 쓰는 지혜와 분별력이 있어야 한다.그렇지 않고 아무렇게나 내뱉으면 최근 민주노총 간부들이 파업유도 담당 특별검사한테,어느 국회의원이 동료 여성국회의원한테 한 욕처럼 추하고 잡스럽게 된다.

“욕설은 한꺼번에 세 사람에게 상처를 준다.욕을 먹는 사람,전하는 사람,욕설을 퍼부은 사람이다.그러나 가장 큰 피해는 욕설을 한 그 사람에게 돌아간다” 고리키가 한 말이다.이번에 욕설로 물의를 일으킨 사람들이 되새겨 들어야 한다.

/박연호 국민일보 논설위원 ynhp@kukminilbo.co.kr
국민일보 1999.1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