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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선 냄비 눈먼 걸인이 구걸하고 있는 길가 모퉁이에 남자 두 사람이 다가왔다.한 사람은 동전을 꺼내 그에게 주었으나 다른 사람은 외면했다.그때 죽음의 신이 나타나 말했다.“이 불쌍한 걸인에게 자선을 베푼 사람은 앞으로 50년 동안 나를 두려워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그러나 한푼을 아까워하며 인색하게 군 다른 사람은 곧 죽을 것이다” 그러자 동전을 주지 않았던 사람이 놀라서 다급하게 말했다.“그에게 되돌아 가서 자선을 베풀겠습니다” 이에 죽음의 신이 대답했다.“아니다.배를 타고 바다에 나가기 전에 살펴보지 않았다가 출항한 뒤에야 밑창에 구멍이 나 있는 것을 발견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 유대인들에게 전해오는 이야기다.자선을 베풀 때 무조건적인 사랑이 뒷받침되어야지,그에 따른 대가를 노리거나 잇속을 따지면 거꾸로 자신을 망치는 해독이 된다는 경고라 하겠다.톨스토이도 말했듯이 희생이 따르지 않으면 참다운 자선이 될 수 없는 것이다. 구세군은 3일 서울을 비롯,전국 75개 지역에 자선냄비 1백91개를 설치,성탄 전날인 24일까지 어려운 이웃을 위한 모금활동을 벌인다.목표액은 지난해보다 8% 정도 많은 14억5천만원.자원봉사자 3만명이 참가한다. 조그만 정성과 사랑이 모여 큰 강을 이루는 구세군 자선냄비는 불우한 이웃을 돕는 실질적 효과를 거둘 뿐만 아니라 그 사회의 희망을 가늠하는 척도 구실도 한다.그런 점에서 우리는 지난해 예년과 다른 진한 이웃사랑을 나타냈다.건국 이후 가장 혹독한 불경기임에도 모두들 앞다투어 자선냄비를 찾은 결과 목표액보다 1천만원 더 걷힌 것이다.한국 구세군이 세계에서 가장 활발한 활동을 벌인다는 국제적 평가에 어긋나지 않는 결과를 보여주었다. 자선냄비를 찾는 사람은 대부분 서민이다.그야말로 무조건적인 사랑에서 내민 따뜻한 손들이었다.그런가 하면 승려가 시줏돈을 넣어 이웃 사랑에 종교의 차이가 없음을 실천하기도 했다.그런 뜨거운 가슴과 정들이 자선냄비를 끓어오르게 했고 혹한의 길거리에 온기를 불어넣었다. 올해도 서민들 주머니는 별로 나아지지 않았다.그럼에도 목표액을 거뜬히 채울 것이라고 구세군은 전망하고 있다.우리들이 지닌 인정과 이웃에 대한 사랑을 자신하고 있기 때문이다.여기서 거둔 돈은 복지시설,재해민,영세민,소년소녀 가장,실직자,심장병 어린이들을 위해 쓰인다. 추운 겨울이 더욱 서러운 이들을 위해 많이 참여하도록 하자.바다에 나가서야 배의 밑창에 구멍이 난 것을 발견한 사람이 되지 말고.그러면 눈보라와 찬 바람으로 고통스런 계절을 희망의 겨울로 만들 것이다. / 박연호 논설위원 ynhp@kukminilb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