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요금

지난해 9월 고건 서울시장은 국정감사장에서 지하철요금을 2005년까지 매년 50원씩 인상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5조1000억원에 달하는 지하철 부채를 해소하기 위해 불가피하다는 것이었다.

고시장이 내놓은 부채해결방안으로는 서울시를 포함한 중앙정부의 재정지원,지하철공사와 도시철도공사의 구조조정과 수익사업,이용자들의 요금인상이 있다.각 분야가 3분의 1씩 부담하면 꾸려나갈 수 있다는 계산이다.

서울시,철도청,인천지하철공사가 다음달 1일부터 수도권의 지하철 요금을 1구간 현행 500원에서 600원으로,2구간은 600원에서 700원으로 인상하기로 한 것은 이같은 장기적 계획의 일환이라 할 수 있다.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1인당 460원의 인상요인이 있으나 서민가계의 어려움을 고려해 인상폭을 최소화했다는 것이다.

서민들의 처지를 이해해준 그 마음 씀씀이가 눈물나게 고맙지만 궁금한 것이 있다.해마다 50원씩 올려야 한다던 근거는 어디로 사라지고 100원을 올리는 것인지 이해되지 않는다.교통카드를 사용하는 승객은 1구간 50원,2구간 40원씩 오르기 때문에 맞지 않느냐고 할지 모르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부수조건이다.

지하철의 막대한 부채를 갚기 위해 이용자들도 당연히 부담해야 한다.그러나 그것이 설득력을 지녀야 한다.중앙정부와 지하철운영주체가 지금까지 얼마나 지하철 적자 해소에 노력했는지 아는 시민들은 별로 많지 않다.이용자들의 주머니만큼 간단하고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경영개선으로 인한 경비절약,요금인상에 따른 서비스의 질 향상 등은 늘 듣는 얘기지만 가시적인 것이 별로 없었다.요금은 자주 올랐지만 그동안 잡상,구걸,특정종교 강요 등 열차 내와 역구내에서 혼잡과 불쾌감을 주는 행위는 늘면 늘었지 조금도 줄지 않았다.열차의 정시 도착과 출발,안내방송,개집찰기의 고장 등도 크게 나아지지 않고 있다.

요금인상 요인이 발생하면 올려야 한다.그리고 시민들에게 그 이유를 자세히 설명해주는 것이 도리다.즉 중앙정부의 지원 상황을 알려주고,지하철 운영 개선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보여 주어야 한다.지방의회나 언론을 통해 알린다고는 하지만 시민들의 피부에는 와 닿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번 요금인상 소식을 듣고 시민들의 심사가 편치 못한 것은 이 때문이다.지하철 부채를 같이 걱정하는 마음이 생기도록 투명하고 성실하게 시민들에게 설명해주길 바란다.또 인상하면 조금이라도 나아질 가능성이 있는 것을 분명히 밝히고 약속을 지켜야 한다.그렇게 정착되면 올릴 때마다 나오는 불평 대신 시민들의 협조가 뒤따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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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호

국민일보 논설위원 ynhp@kmib.co.kr
국민일보 2000.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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