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힘

동서양을 막론하고 여성차별의 뿌리는 깊다.서양에서는 아리스토텔레스,쇼펜하우어 등 수많은 학자들이 여성이 불완전한 존재임을 설명하려 애썼고,동양 또한 음양설 등을 근거로 여성을 비하하는 데 거리낌 없었다.남녀의 육체적 차이를 긍정적으로 인정한 것이 아니라 정신적 영역으로까지 확대해 여성을 부정해왔다.

그 대표적 편견으로 여성은 비논리적이라는 주장을 들 수 있다.어느 분야보다 논리가 필요한 수학 과학 철학에서 여성들이 한 업적이 얼마나 되느냐는 것이 그들의 질문이다.

그러나 이는 여성의 능력은 무시되고 인습과 남성들에 의해 여자로 길러졌다는 보부아르의 말에 전혀 귀기울이지 않은 사람들의 무지와 만용을 드러낸 것밖에 되지 않는다.그런 이들도 퀴리 부인으로 알려진 폴란드의 마리아 스클로도프스카는 알 것이다.그녀는 식민지의 어려운 가정 출신임에도 고학으로 물리학과 화학을 연구,노벨상을 두번이나 받았다.

고대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에서 수학과 논리적 증명으로 명성을 날렸던 여성 수학자 히파티아는 남성 학자들이 풀지 못한 문제를 단 한번도 실망시키지 않고 해결했다.그러나 수학을 이단으로 몰던 그리스도교도들에게 참살당함으로써 여성 수학은 암흑기를 맞았다. 르네상스 시절 뛰어난 여성 수학자 마리아 아그네시가 나타날 때까지.

피타고라스의 아내 테아노도 뛰어난 수학자였다.이밖에도 여성임을 감추고 평균곡률,탄성체이론 등에 탁월한 업적을 쌓은 수학자 소피 제르맹(1776∼1831)은 철학 화학 물리 지리학에서도 큰 발자취를 남겼으며, 시인 바이런의 딸 에이다(1815∼1852)는 현대 컴퓨터의 기본개념을 확립했으나 불행하게 삶을 마감했다.우리 나라에서도 허균의 누이 허난설헌(1563-1589)은 문학뿐만 아니라 철학과 사상사 등에서 큰 업적을 남길 수 있었는데 원만하지 못한 결혼생활 등 사회의 억압에 큰 뜻을 펴지 못하고 시들었다.이런 여성들이 동서양을 막론하고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인류는 그만큼 여성의 힘을 사장함으로써 스스로의 발목을 잡아온 것이다.우리 나라는 대부분의 다른 나라보다 더 심하다.이번에 서울대학교 의예과에 여학생들이 절반을 차지했다.의학연구에는 수학,과학,철학 등의 비중이 매우 높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지 않을 수 없다. 여성에 대한 편견을 몰아내고 그 힘을 국가와 사회 발전에 이용할 수 있는 변화가 오고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 하겠다.

이를 정착시키기 위해 남녀 모두 의식개혁에 보다 힘써야 한다.즉 남성은 육체적 힘을 여성에게 남용하지 않고,여성 역시 나약함을 무기로 삼지 않아야 한다.그러면 남녀평등 이념의 구현에 더 크고 넓은 길이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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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호 국민일보 논설위원 ynhp@kukminilbo.co.kr
국민일보 2000년 02월 1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