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할 회사

높이 1m 이상의 관상식물,니스칠한 나무 그루터기,동물 박제,고급술, 유명화가의 그림, 골프채, 우승트로피, 저명인과 찍은 스냅사진. 이런 것들이 많아 나쁠 일 하나도 없을 듯한데 연 평균 200% 가량 이익을 내는 일본 최고의 펀드 매니저 후지노씨가 週刊文春에 발표한 글에 따르면 그렇지 않다.

이 가운데 2가지 이상이 사장실에 있으면 그 회사의 앞날은 밝지 않으므로 투자할 때 조심해야 하며,4가지 이상 있으면 볼장 다 본 회사이므로 투자를 삼가라는 것이다.또 사장이 외제차를 타고 다니며 금빛 찬란한 호화시계를 차고 있어도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 사장이 저명인과 친하다고 은근히 내비치거나 자랑하는 회사, 업적부진을 경기나 정부 탓으로 돌리는 회사, 화장실이 더러운 회사, 지나치게 예쁜 안내원이 있는 회사, 요정에서 손님 접대하려는 회사 등은 투자해봐야 별 볼일 없거나 망하기 십상이라는 것이다.따라서 사장을 만나 보면 5분 내에 그 회사의 성패를 알 수 있다고 한다.

이상은 일본의 이야기라고 하지만 우리한테 너무 익숙한 모습들이 아닐 수 없다.기업이나 관공서 기관장 방에 들어가서 우승상패, 그림, 골프채, 고급화초 등이 없으면 오히려 이상한 느낌을 받을 정도다.그가 우리나라의 그런 기업과 관청을 보면 뭐라고 할 것인가.

허세,과장이 많고 진실하지 않으며, 사업이 부진하면 남이나 사원들 탓으로 돌리는 회사와 조직은 망할 수밖에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후지노씨는 현장체험을 통해 확인한 것이다.1년에 3백개 이상의 기업을 방문, 그 전망을 판단하고 투자하는 전문가의 말이라 주목하지만 사실은 평범한 진리다. 이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그러나 알면서도 실천하지 않으니 확실하게 망하는 것이다.

개인과 가정도 마찬가지다.고급차, 호화가구, 비싼 옷, 외제 골프채를 자랑하고 각계의 실력자와 가깝다면서 툭하면 들먹이는 사람들은 크게 망하거나, 능란한 사기술로 주위 사람들에게 엄청난 피해를 준다. 따라서 그런 회사에는 투자하지 말아야 하며, 그처럼 물색없이 나대는 사람은 사귀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러다가 불이익을 당한 뒤 그들을 원망하는 피해자들한테도 문제가 없지 않다.후지노씨처럼 정확히 판단해 자기의 책임 아래 투자 또는 개인간의 거래여부를 결정해야 한다.엎지른 다음에야 그럴 줄 몰랐다고 한들 누가 동의할 것인가.

이익을 찾아 투자 또는 거래해서 좋을 때는 가만있다가 피해가 발생한 뒤에 정부나 남의 탓을 하는 못난 짓을 가끔 하는데 그런 사람들은 후지노씨의 말을 실천에 옮기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투자 역시 왕도가 없다는 것을 명심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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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호 국민일보 논설위원 ynhp@kukminilbo.co.kr
국민일보 2000년 02월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