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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9일 [그해 오늘은] "전화君, 급히 오게!" "와트슨군, 빨리 이리 오게! 급해." 1876년 오늘 보스턴대학 알렉산더 G. 벨 교수의 연구실 조교 토머스 와트슨이 받은 역사상 첫 전화다. 이날 전화를 실험하기 위해 와트슨은 다른 실험실에 있었는데 벨이 전원으로 사용하던 배터리용 황산 그릇을 잘못 건드려 엎지르는 바람에 황산이 옷에 쏟아진 것이다. 그래서 실험전화가 '실용'전화가 됐듯이 전화가 생겨난 것도 엉뚱하다. 벨은 전기과학자와는 거리가 먼 '음성생리학자'였다. 손재주가 없어 황산 그릇이나 뒤엎던 그는 기계수리공이자 모형제작자인 와트슨을 조수로 써야 했다. 스코틀랜드 태생인 벨은 '표준 웅변가'라는 명저로 유명한 아버지 알렉산더 멜빌 벨에 이어 2대째 웅변술과 언어교정을 연구했다. 1870년 미국으로 이민한 그는 특히 농아자들을 위한 '볼 수 있는 대화법'인 시화법(視話法) 연구에 전념했고 전화도 농아자를 위한 연구과정에서 발명한 것이다. 1893년에는 13세의 헬렌 켈러가 그의 연구실을 찾기도 했다. 벨은 손재주에 비해 머리가 좋은데다 상상력이 너무 풍부해 약한 몸을 더 약하게 했다. 그 상상 속에는 '비행기'도 들어 있어 거대한 연으로 실험하기도 했다. 다방면으로 실험은 했으나 몸이 따라 주지 않아 그가 일관성 있게 연구한 것은 농아자를 위한 것이다. 하지만 그가 손 댄 아이디어는 대부분 다른 손으로 완성됐다. 그는 1922년 숨을 거두기 며칠 전까지 학술지의 목록을 구술로 작성했다. 주위 사람들이 "서두르지 마세요" 하고 당부하자 그는 짧게 대꾸했다. "서둘러야 돼." 그러나 벨이 임종하자 미국의 전화들은 서둘러 부음을 전하는 대신 1분간 침묵했다. '부친상'을 맞아서다. ----- 세계일보 문화전문기자 yangp@sgt.co.kr 세계일보 2001.03.09 ------ http://columnist.org 서울칼럼니스트모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