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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8일 [그해오늘은] '영화의 도착' 1895년 오늘 파리 그랑카페의 지하살롱에 모인 사람들은 기겁하도록 놀란다. 갑자기 나타난 기차가 그들에게 달려와서다. 그들은 영화의 아버지 오귀스트 뤼미에르와 루이 뤼미에르 형제가 만든 3분짜리 무성영화 '시오타역에서 기차의 도착'을 보았던 것이다. 역사에서 '영화의 도착'은 그 자체가 영화 같다. 1프랑을 내고 입장한 33명의 관객들은 그밖에도 '뤼미에르 공장 노동자들의 퇴근' '바다' 등 10여편을 보았고 그 소문만 듣고도 사람들은 기차에 놀라듯 소리를 질렀다. 물론 이것이 '영화의 도착'인가, 그리고 뤼미에르 형제가 영화의 아버지인가를 두고는 말이 많다. 잘 알려져 있듯이 영화 기술을 개척한 것은 에디슨이고 뤼미에르 형제도 그의 기술에서 출발한 셈이다. 그랑카페의 시사회가 있기 1년 전 파리에서는 에디슨의 활동사진 영사기 전시회가 열렸고, 이를 본 뤼미에르 형제의 아버지 앙투안은 아들들에게 이를 연구하라고 했다. 그는 사진 관련 제품 공장을 경영했고 아들들은 그를 기술 등으로 돕고 있었다. 형제는 요지경처럼 한 사람씩 구멍 속을 들여다 보는 에디슨의 영사기 대신 영상을 투사하는 방식으로 여럿이 함께 볼 수 있는 시네마토그래프를 만들어 냈다. 이것으로 단편영화를 만들면서도 형제는 그 '의미'를 몰랐다. 그랑카페의 그것도 '예술적 시사회'가 아니라 '신제품 전시회'처럼 열렸다. 그것은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하고도 '서인도'라며 딴소리를 하는 격이다. 하지만 그것으로 충분했다. '시오타역의 기차'는 이제 전세계 인류에게로 달려가면서 예술과 생활을 바꿨다. 헐리우드를 보면 지도도 바꾼다. ----- 세계일보 문화전문기자 yangp@sgt.co.kr 세계일보 2000.12.28 ------ http://columnist.org 서울칼럼니스트모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