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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일 [그해 오늘은] 峴底洞의 '4季' 1895년 오늘 영은문(迎恩門)이 헐린다. 사대주의의 상징인 이 문을 헐고 그 자리(서대문구 현저동 104)에 독립문을 세웠으나 우리 역사는 제자리걸음이나 뒷걸음질을 치고 있었다. '독립문'이 '영은문'과 같거나 못한 것은 아니다. 중국 천자가 사신을 보낸 자체가 '은혜'라며 이를 맞겠다고 영은문을 세운 것은 다시 떠올리기도 부끄러운 기억이다. 문제는 그 '독립'이 우리의 역량과는 무관한데다 일본을 편드는 데 있었다. 그 무렵 일본은 청일전쟁으로 중국을 몰아냈으나 조선을 삼키는 데는 중국으로부터의 '독립'이라는 최종 수순이 필요했다. 물론 개화파가 독립문을 세우고 독립신문을 발간한 것이 일제를 위한 것은 아니었으나 일제가 이를 부추긴 것은 사실이다. 그 뒤 중국과 러시아가 완전히 물러나자 일제가 '독립'이라는 말을 엄금한 것이 이를 말해 준다. 일제의 본뜻은 독립문이 아니라 그 이웃인 현저동 101번지에 세운 서대문형무소로 그들은 여기에 독립지사들을 가두기 시작했다. 크게 보아 우리 역사는 외세를 은혜로 맞던 시대에서 외세에 반발하다 감옥에 갇히는 시대로 바뀐 것이다. 그것은 '영은문'과 '감옥문'이라는 '문'의 시대이자 '현저동 시대'라고 싸잡아 말할 수 있다. 광복으로 그 일제까지 물러났으나 현저동의 풍경도 우리 역사도 크게 바뀌지는 않았다. 1961년 서대문형무소는 '서대문교도소'로 바뀌었으나 지난날의 항일투사 대신 민주투사들을 가두었을 뿐이다. 1992년 그것이 '서대문 독립공원'으로 바뀌었으나 아직 역사는 그만두고 서대문교도소에 얽힌 '사연'도 청산되지 않았다. ----- 세계일보 문화전문기자 yangp@sgt.co.kr 세계일보 2001.02.02 ------ http://columnist.org 서울칼럼니스트모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