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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1일 [그해오늘은] 金玉均의 인생棋譜 5년 전 일본기원에 남아 있던 김옥균(金玉均)의 바둑판이 한국으로 돌아오면서 그가 일본서 남긴 기보도 소개됐다. 그가 친했던 혼인보 슈에이(本因坊秀榮)와 둔 바둑이었다. 바쁜 혁명가가 어느 틈에 바둑을 익혀 일본 최고의 혼인보와 6점 접바둑을 둘 만큼 기량을 쌓았는지 놀라웠다. 그런 한편으로는 갑신정변 당시 김옥균의 미숙한 '정치 바둑'이 새삼 떠올랐다. 1884년 오늘 그와 동지들이 갑신정변에 실패해 일본으로 망명하게 된 자체가 그렇다. 그 거사는 자신의 말을 안전하게 해놓고 상대의 말을 잡아야 한다는 '아생연후살타(我生然後殺他)'라는 기리(棋理)와는 거리가 멀었다. 당시 조선에 주둔한 청국군은 청불(淸佛)전쟁에 차출돼 3000명에서 1500명으로 줄었으나 일본군 150명의 열배라는 국면을 읽지 않은 채 청국편인 사대당을 잡으려 한 것이다. 청군에게 학살당하는 동료와 가족들을 버려둔 채 인천까지 도망쳐 온 김옥균 일행은 그때부터 망명의 고생길에 접어든다. 일본 배 지도세마루(千歲丸)가 일본 공관요원과 군인 등만 싣고 그들은 태우지 않은 채 떠나려 한 것이다. 그것은 물론 배가 좁아서가 아니라 일본이 갑신정변에 개입했다는 국제정치의 구설수에 말려들지 않으려는 것이었다. 김옥균이 여기서 '사석(捨石)'이라는 또 다른 기리를 깨달았는지는 알 수 없다. 일본으로서는 조선의 개화당이란 필요하면 미련 없이 버릴 수 있는 돌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김옥균 일행은 일본으로 갔으나 일본은 10년뒤에 김옥균을 버리다시피 해 그는 상하이에서 죽는다. 그러자 일본은 이를 기화로 반청여론을 일으켜 청일전쟁을 벌였으니 더 실속 있는 사석 작전이었다. ----- 세계일보 문화전문기자 yangp@sgt.co.kr 세계일보 2000.12.11 ------ http://columnist.org 서울칼럼니스트모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