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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7일 [그해오늘은] '변방의 우짖는 새' 타이완(臺灣)은 첫눈에도 중국의 제주도지만 '변방의 우짖는 섬'으로서의 설움도 나누고 있다. 1949년 오늘 장제스(蔣介石) 정부가 타이베이(臺北)를 '중화민국'의 수도로 정해 겉으로는 '변방'을 면한 셈이나 설움이 준 것은 아니다. 공자나 유비를 몰라도 잘 살아온 폴리네시아계 원주민들에게 한족은 어차피 침입자들이었다. 차라리 '변방'처럼 내버려 두었으면 좋았으련만 대륙에 전란이 일면 잿더미를 치우는 것은 타이완의 몫이었다. 명(明)이 망하자 그 유신들이 이 곳으로 몰려와 항전하는 바람에 원주민들이 새우등 터진 것도 그런 것이다. 청일전쟁에서 지자 섬을 통째로 일본에 준 것은 차라리 작은 비극이었다. "새장째로 주인이 바뀌었네…"하고 자조하면 그만이었다. 진짜 수난은 일본인이 물러나고 국공내전에서 몰린 국민당 정부군이 쫓겨 오면서 시작된다. 장제스 정권은 본토를 잃기 오래 전부터 타이완을 새 거점으로 점찍어 두었다. 1947년의 2.28사건은 그 정지작업 같은 것으로 2만여 '빨갱이'들이 소탕됐다. 그 1년 뒤에는 제주도에서 4.3사건이 일어났으니 그 무렵 서해는 '변방의 우짖는 새' 소리로 넘쳤다. 다만 타이완보다 훨씬 작은 제주도가 울음소리는 몇배나 컸던 것은 아프다. 타이완의 경우 그 울음을 달래는 소리가 들려오나 제주도의 경우 그런 소식도 감감해 더 그렇다. 95년 리덩후이(李登輝) 총통이 2.28사건 등의 희생자들에게 사과해 거액의 보상이 추진되고 있다. 우리의 경우 골치 아픈 역사에는 '망각' 요법을 쓴다. 그건 분명 만병통치약이나 사과와 보상이 곁들여 달여야 약발이 먹힌다. ----- 세계일보 문화전문기자 yangp@sgt.co.kr 세계일보 2000.12.07 ------ http://columnist.org 서울칼럼니스트모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