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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9일 [그해오늘은]
정글에서 사막으로
물론 그것으로 베트남에 평화가 온 것은 아니다. 실은 '휴전'도 아니다. 미국이 남베트남 정권에 호랑이 꼬리를 붙들게 해놓고 도망친 것이 그 휴전이다. 따라서 그 호랑이가 2년 뒤에 남베트남을 잡아먹는 절차는 따로 남아 있었다. 그처럼 야반도주하듯 베트남을 떠난 미군이 30년 뒤인 오늘날 이라크에서 또 싸움을 하고 있다. 베트남은 화학무기인 고엽제를 뿌려도 게릴라전을 막을 수 없는 정글인데 비해 이라크는 사막이어서일까. 아니면 아직도 베트남의 산하에 남아 있는 화학무기의 독성에 놀란 미국이 이라크의 화학무기를 없애려 기를 쓰고 있는 것일까. 물론 그런 것은 아니다. 강산이 세번 바뀌어도 미국은 달라진 것이 없다. 베트남과 이라크도 겉모습은 정글과 사막으로 딴판이지만 땅속에 석유가 있는 것은 같다. 베트남에는 고무와 주석도 있는 점이 다를 뿐이다. 그동안 소련이 러시아로 바뀐 것도 다른 점이다. 미국이 얼토당토 않은 구실로 싸움을 건 것도 두 전쟁이 똑 같다. 미국의 대표적인 좌파 지식인 하워드 진은 최근 국내서도 출판된 '전쟁에 반대한다'에서 한국전에서 베트남전 걸프전 유고내전까지 미국이 보여준 위선을 고발하고 있다. 미국은 64년 베트남의 통킹만에서 미국의 구축함이 공격받았다고 트집을 잡았으나 실은 CIA의 지시에 따라 미해군이 기습작전을 벌인 것이다. 물론 이라크 국민들을 독재에서 해방시킨다는 이 전쟁도 '적반하장'이자 '부조리극'이다. 미국은 자신의 명령을 잘 듣는 후세인의 복제인간을 내세우려 하는 것이지 독재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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