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월 24일 [그해오늘은]
헐리우드의 '검은 바람'
대외정책을 다루는 두 축을 흑인이 차지함으로써 미국의 얼굴이 검어진 것만 같아서다. 야구단에서 투수는 몰라도 수비수들을 지휘하는 포수 자리는 흑인에게 맡기기를 꺼렸던 기억이 새롭다. 그래서 놀란 기분이 가시기도 전인 이듬해 오늘은 백인들의 잔치인 아카데미상 시상식(74회)이 흑인들의 잔치로 바뀐다. 여기서 '트레이닝 데이'의 덴젤 워싱턴은 남우주연상을 '몬스터스 볼'의 할 베리는 여우주연상을 차지한 것이다.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은 1963년 '들에 핀 백합'의 시드니 포이티어가 받은 적이 있으나 여우주연상은 처음이었다. 54년에 '카르멘 존스'의 도로시 댄드리지가 후보로 올랐으나 '갈채'의 그레이스 켈리에게 밀려난 것은 잘 알려진 일이다. 당시 켈리가 한창 갈채를 받았다면 댄드리지의 연기는 신비한 것으로 평가됐으나 인종의 벽을 뛰어 넘을 수는 없었다. 그 뒤에도 인종차별에 시달리던 그는 65년 자살함으로써 이를 벗어난다. 따라서 오스카상을 받은 할 베리가 '오 마이 갓!'을 연발하며 울먹인 것은 수상만이 아니라 인종차별로부터 해방된 감격에서였다. 할리우드의 그 풍경은 당시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테러와의 전쟁'에 한창 열을 올리고 있어 새삼 눈길을 끌었다. 흑인이 대중의 우상이 된 것은 미국 사회가 진보적이 됐다기보다는 세월의 풍화작용에 인종의 장벽이 닳아 없어진 것이기도 했다. 할 베리의 경우도 아버지는 흑인이고 어머니는 백인이며, 그래서 그는 백인 같은 흑인이자 흑인 같은 백인으로 비친다.
----- |
|
http://columnist.or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