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시기 머시기... 짧게 씀으로써 오히려 더 선명하게 전달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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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1/02 (15:39) from 211.249.46.53' of 211.249.46.53' Article Number : 63
Delete Modify 박연호 (ynhp@naver.com) Access : 8667 , Lines : 8
화가와 참새들
며칠 전 안국동 로터리의 인사동 입구에 있는 속칭 '철학광장'을 지나다가 매우 감동적인 장면을 보았다. 오가는 이들의 초상화를 그려주는 화가 옆에 비들기와 참새들이 몰려 들었다. 먹이를 주면 비들기가 달려드는 건은 흔한 일이지만 참새들이 짹짹대며 먹이를 쪼아대는 건 처음 보는 일이었다. 프랑스나 독일 등 선진국에서 참새들이 먹을 것 주는 사람을 반기는 모습을 TV 등을 통해서 보기는 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내가 아는 한 처음이었다.
참새란 것들이 얼마나 겁이 많은 동물인가. 사람 기척만 있어도 포르르 날아가는데 시내 한 복판에서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고 먹이를 먹다니...
선진국 후진국을 가늠하는 잣대는 여러가지다. 재산, 지식, 질서의식, 정치수준,사람끼리의 신뢰도 등이 있는데 인간과 야생동물의 관계도 그런 잣대의 하나라는 흥미있는 글을 언젠가 본 적이 있다. 선진국일수록 인간이 야생동물을 잘 보호하니 짐승들이 인간을 믿고 따르며 후진국은 잡아다 팔기에 혈안이 돼 있어 동물이 인간을 불신한다는 요지였다.
참새등 야생동물들이 사람을 가까이 하지 않은 것을 당연한 걸로 알고 살아온 나로서는 충격적이면서도 매우 흥미있는 지적이었다. 그 뒤 유심히 보니 정말 선진국에서는 참새와 사람이 가까이 지내는 일이 적지 않았다. 참으로 부러운 일이었다.
그런데 그런 꿈같은 장면을 서울 도심에서 보게 될 줄이야... 발길을 멈추고 한참 그 녀석들을 구경했다. 먹이가 끝나자 그놈들을 멀리 가지 않고 화가 주변의 나무 위에 올라가 또 주기를 기다렸다.
언젠가 미국 캘리포니아의 몬트레이 해안을 갔는데 거기서는 다람쥐들이 사람을 무서하기는커녕 쫓아다니며 먹이를 졸라댔다. 우리나라 다람쥐들보다 조금 컸지만 다람쥐는 다람쥐였다. 다람쥐 역시 얼마나 사람을 피하는가. 그런데 그 놈들은 아예 사람들을 찾아 다니며 먹이를 내놓으라고 아우성이었다. 미국의 다른 어느 것보다도 그게 부러웠다.
참새와 다람쥐 그밖의 여러 야생동물들이 사람을 친구로 여기는 세상은 선진국과  동화 속에만 있는 걸로 알고 있다가 인사동에서 흐뭇한 장면을 보고 나서는 샘물처럼 맑은 희망을 맛보았다. 우리 사회도 전혀 가망이 없는 건 아니구나하면서...
다음날 산에 갔다가 인기척에 놀라 날쌔게 달아나는 다람쥐와 산새들을 보면서 우리도 언젠가는 너희들과 가까워질 날이 있을 것이라는 꿈과 희망을 조심스럽게 펴놓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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