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시기 머시기... 짧게 씀으로써 오히려 더 선명하게 전달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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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0/30 (03:21) from 211.212.105.230' of 211.212.105.230' Article Number : 58
Delete Modify 이강룡 (readme@dreamwiz.com) Access : 8526 , Lines : 24
디폴트(Default, 기본 설정값)
맥주 세 병에 마른 안주.
따로 주문 않아도 나오는 뼈 없는 닭갈비 세 대.
심판이 따로 말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올라가는 볼카운트.
토론 프로그램에서 카메라가 패널을 비출 때마다 되풀이 보여주는 자막.
터무니없는 수치가 인위적으로 입력되지 않도록 미리 임계 범위를 정해놓은 프로그램.

먼저 내밀었던 그이의 손이 부끄럽지 않도록 너무 늦지 않게 잡아주는 것.
별로 큰 잘못은 아닐지라도 ‘미안합니다.’ 하는 것.
조금 아프긴 하지만 ‘괜찮습니다.’ 하는 것.
사람이 가면 차는 서는 것.
어린이가 물어볼 때 무시하지 않는 어른들.
위급한 상황에서 몸이 약한 이들 먼저 대피시키는 것.
아이가 물에 빠지려하면 도망치던 강도라도 아이를 구하고 보는 것.

한 사회의 디폴트가 건강할수록 명랑 사회에 가까워진다.

따로 말하지 않아도 농담이었다는 것을 서로 이해할 수 있는 사회.
다른 것을 틀리다고 말하지 않는 사회.
분양 아파트 주민이니 임대 아파트 주민이니 이런 말이 사라진 사회.
단일민족이란 말이 더 이상 자랑이 아닌 사회.
외국인 노동자란 말도 없어진 사회.
‘전쟁’ 하고 누군가 얘기해도 그 누구의 가슴도 덜컥 내려앉지 않는 사회.
‘평화’ 를 기원하는 초등학생들의 눈망울이 조금 덜 간절해질 수 있는 사회.
욕심인 줄 알지만, 5년 후의 한국은 그런 게 디폴트가 되는 사회였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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