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시기 머시기... 짧게 씀으로써 오히려 더 선명하게 전달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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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0/19 (11:52) from 218.39.117.84' of 218.39.117.84' Article Number : 49
Delete Modify 이규섭 Access : 8777 , Lines : 11
깊어 가는 가을, 편지를 써보세요
최근 20세기 중국을 대표하는 소설가이자 사상가며 혁명가인 루쉰(魯迅)과 그의 사상적 동지이자 혁명가인 쉬 광핑이 주고받은 <루쉰의 편지>를 읽었습니다. 루쉰은 사회적 비난과 지탄을 감수하면서 부모가 맺어준 아내와 결별하고, 일 일곱 살 어린 제자와 결혼했으니 혁명가도 사랑 앞에선 범부에 불과할 뿐인가 봅니다.

"눈이 빠지도록" 편지를 기다리던 루쉰은 "날마다 그녀의 꿈을 꾸다가" 팡핑에게 "강의를 듣는 여학생에게 절대로 한눈 팔지 않을 것"이라는 맹세까지 하는 걸 보면 사상가도 사랑에 눈이 멀게 하는 위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지난해 겨울 상하이 루쉰공원을 둘러보았기에 그의 편지가 더욱 친근감 있게 다가옵니다.

몽당연필에 침을 발라 국군아저씨에게 위문편지를 쓰던 기억이 가물거립니다. 파란 잉크를 펜에 묻혀 양면괘지에 편지를 써 본지도 까마득하군요. 요즘은 이 메일과 폰 메시지가 소식을 빠르게 전해주니 더더욱 편지를 쓰는 경우가 드물어 졌지요.

며칠 전 결혼축의금을 송금하려고 우체국에 들렀다가 '가을맞이 국민편지쓰기대회'포스터를 보고 "편지 쓰는 사람이 드물다 보니 이런 행사도 있구나" 처음 알았습니다. 아름다운 사연을 담은 편지를 뽑아 푸짐한 상금을 준다고 하네요. 따뜻하고 정겨운 마음을 육필편지에 담아 전하는 것도 깊어 가는 가을을 뜻 깊게 할 것 같군요. <31일까지 A4 용지(2장)와 편지지 3장 이내의 분량. 인터넷 우체국(www.epost.go.kr)참조>

한편 청마 유치환의 고향 통영에서는 '청마 추념 편지쓰기대회'가 열릴 예정인 데, 친일청산시민행동연대(준)와 전교조 경남지부에서 행사 명칭과 행사비국고지원을 반대하고 나섰군요. 청마의 문학정신을 기리고, 잊혀져 가는 편지에 대한 그리움을 일깨우기 위한 행사에 정치적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볼썽사납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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