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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0/10 (08:29) from 220.116.146.116' of 220.116.146.116' Article Number : 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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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무서운 벨소리
필자가 신문사에 24년간 근무하면서 사회부에서 일한 기간이 20년 가까이 된다. 그 중에서 10년은 서울시경을 포함한 경찰서나 검찰 등 사건을 다루는 부서에 출입했다. 다른 사람에 비하면 ‘사건기자’로 뛴 기간이 제법 긴 편이다.

큰 사건이 터지면 내가 어디 있든 전화가 왔다. 그러면 선배의 지시에 따라 현장이나 회사로 달려가야 했다. 1970년대에는 휴대폰은커녕 삐삐도 없을 때여서, 나의 위치를 반드시 선배나 회사에 알려주어야만 했다. 이를 소홀히 했다가 사건이 터졌는데도, 연락이 되지 않아 혼이 났던 경우가 얼마나 되는지 모른다.


사건기자에겐 시도 때도 없이 전화가 온다. 대부분 나를 즐겁게 하는 게 아니라 괴롭힌다. 사건현장으로 가라는 전화가 아니면, 귀찮을 뿐인 ‘민원전화’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벨소리가 나면 기분이 나빠지게 마련이다.

그 정도라면 괜찮다. 사건기자를 오래하다 보면 전화에 대해 스트레스의 차원을 넘어 공포감을 느끼게 된다. 벨소리만 울려도 가슴이 철렁해진다. 이런 증세(?)는 아직도 가끔 나타난다. 사건기자를 하면서 생긴 버릇이 무의식 속에 남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요즘 젊은이들을 가만히 보면 '전화중독증'에 걸리지 않았는지 의심이 갈 정도로 휴대폰을 귀에다 붙여놓고 생활하고 있다. '전화공포증'에 시달렸던 사람으로서는 이해가 잘 안가지만 부럽기도 하다.

그렇다, 지금은 전화 없이는 살 수 없는 세상이다. 이런 마당에 전화가 공포의 대상이 된다면 심각한 일이다. 전화와 좀 더 친해져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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