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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9/11 (17:54) from 218.39.117.85' of 218.39.117.85' Article Number : 23
Delete Modify 이규섭 Access : 7932 , Lines : 16
정치고통지수
최근 한 야당의원이 이 정부 들어 경제고통지수가 1.6배나 높아졌다고 비판했다. DJ정부시절인 2002년 7월 고통지수는 4.9%(실업률 2.8% + 물가상승률 2.1%)에 불과했으나, 지난 7월엔 고통지수가 7.9(실업률 3.5% + 물가상승률 4.4%)로 높아졌다는 것이다.

1960년대 경제학자 아서 오쿤이 처음 고안한 경제고통지수는 최근 실업률에 지난 1년 동안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을 더하여 고통의 정도를 가늠한다. 산출방식이 평이하고 단순하여 고통의 정도는 짐작할 수 있겠지만 고통의 깊이를 파악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 습도가 높을수록 불쾌지수가 높지만 체질과 성격과 환경에 따라 불쾌감의 차이가 나는 것과 마찬가지다.

행복지수가 가장 높은 나라가 의외로 못사는 나라인 방글라데시라는 것은 행복이 꼭 물질과 환경으로만 주어지는 것이 아님을 입증한다. 종교와 명상의 정신적 풍요가 물질적 가치를 뛰어 넘기에 가능하다.

요즘 국민들이 느끼는 정치고통지수는 얼마나 될까. 온 나라가 벌집 쑤셔놓듯 뒤숭숭하다. 상생과 통합은 물 건너가고 갈등과 분열만이 판치는 정치고통의 지수가 한 여름 수은주처럼 올라간다. 오죽하면 국가원로들이 시국선언을 하고 나섰을까.   

국보법(國保法)을 칼집에 넣어 박물관에 보내자는 대통령발언의 비유는 적절치 못하다. 박물관은 못쓰는 것들을 보관하는 장소가 아님은 초등학생들도 아는 상식이다. 아무리 어른들의 권위가 땅에 떨어졌어도 시국선언을 한 원로들을 향해 "국보법을 고수하겠다는 사람은 민주주의를 거론할 자격이 없다"고 한 집권당 원내대표의 발언도 독선적이다. 원로들의 쓴 소리에 귀 기울일 생각은 전혀 없어 보인다.

며칠 전 한 친구와의 술자리토론에서 친일청산은 할아버지 얼굴도 모르는 손자가 피해를 입더라도 밝혀야 한다는 주장을 듣고 연좌제 망령이 되살아나는 것 같아 섬뜩했다. 국보법 폐지 반대논자들은 기득권을 지키려는 수구꼴통이라고 쾌도난마처럼 폄훼하는 걸 들으며 대통령의 '올인 작전'이 지지자의 응집력을 높이는 효과는 분명히 있음을 느꼈다.

여러 여론조사 결과 국민 70∼80%가 개정이든 유지든 국보법 체제의 존속을 바라고 있으니 국보법 폐지논란에 따른 국민의 정치고통지수를 70∼80으로 보면 지나친 편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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