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시기 머시기... 짧게 씀으로써 오히려 더 선명하게 전달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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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27 (09:01) from 175.124.97.55' of 175.124.97.55' Article Number : 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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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道聽塗說)할 틈도 없다
                  도청도설(道聽塗說)할 틈도 없다

                                박연호 (서울칼럼니스트모임 회원)
                                http://columnist.org/ynhp

공자의 제자 자로는 성미가 좀 거칠었으나 반면 소박하고 용기가 있었다. 또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천진난만한 면도 있어, 덩치는 어른이지만 생각은 재롱을 떠는 듯한 키덜트(kidult) 기질이 없지 않았다.

“자로는 들은 것을 아직 실행하지도 못했는데, 또 좋은 말을 들을까 두려워했다(子路有聞 未之能行 唯恐有聞 <논어> 공야장편 13장)”는 것이 그런 예다. 좋은 말과 그 실천은 어느 공사장작업 과정처럼 계량화되거나 차례가 있는 것도 아닌데, 이쪽 진도가 아직 안 나갔으니 저쪽 건 말도 꺼내지 말란 투여서 웃음이 나온다. 개그맨의 우스개라면 가능하지만.

자로가 약간 과장되고 튀는 스타일이라서 그렇지 그의 말이 그른 건 아니다. 공자는 “길에서 들은 것을 길에서 바로 말해버리는”는 도청도설(道聽塗說)을 경계했다. 무슨 말을 들으면 깊이 생각해 자기 것으로 만들지 못하고, 금방 옮기는 경박한 태도가 바로 자신의 인격을 해친다고 했다. (雖聞善言 不爲己有. <논어> 양화편 14장)

“말보다 행동 우선”은 자로뿐만 아니라 인간이면 누구든지 지켜야할 덕목이다. 그러나 그게 쉽지 않다. 그래서 자로는 그걸 지키기 위한 결심을 외부로 드러낸 것 같다. 금연을 결심한 사람이 주위에 알려 중도 포기를 방지하려 한 것처럼.

그러나 그런 자로도 요즘 소셜미디어 메신저에 들어가면 정신을 차리지 못할 것이다. 시도 때도 없이 감동적이고 훌륭한 말과 글이 넘쳐나는데 소화하고 말고 할 틈도 없다. 좋은 말도 어느 정도지 이건 홍수와 산사태다. 매몰되거나 익사하지 않으면 실신하고 말 것 같아, 도청도설은 아예 꿈도 못 꿀 지경이다.

-아주경제 2017년 12월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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