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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9/06 (15:25) from 222.97.58.3' of 222.97.58.3' Article Number : 19
Delete Modify 이재일 (net21@dreamwiz.com) Access : 8617 , Lines : 20
굴뚝인가, 꿀떡인가
우리는 "마음은 굴뚝같다"는 말을 자주 쓴다. 어떤 일을 하고 싶은 욕망이 강할 때 이런 표현이 딱 어울린다. 그런데 마음과 굴뚝의 연관성을 찾기가 어려워, 이런 말을 하면서도 갸우뚱할 때가 있다.

그런데 필자의 고향인 부산에서는 "마음은 꿀떡같다"고 말한다. 부산사람들은 '꿀떡'이 아니라 '굴뚝'이라고 하면 웃는다. 어떤 이는 "말도 안 된다"고 열을 올리기도 한다. 최근 서울칼럼니스트모임 회원들이 가진 세미나에서 이에 대한 얘기가 나왔었다. 필자는 부산으로 내려와 주변 친구들에게 물어보았다. 한결같이 '꿀떡'이 맞다는 것이었다.

꿀떡은 워낙 맛이 좋으니까 생각만 해도 먹고 싶고, 실제로 보면은 먹음직하다. 지금은 스낵류의 양과자나 과일이 많이 나와 입맛이 많이 변했지만, 옛날 사람들은 떡만 먹고 싶어했었다. 하물며 꿀떡은 오죽했을까.

필자는 보다 확실한 것을 알고 싶어 인터넷에서 검색창을 두드려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그것이 궁금하여 질문한 사람이 있고, 나름대로 아는 바를 적어놓은 사람도 있었다. 한 네티즌의 설명을 들어보자.

"첫째, 먹고살기가 어려웠던 옛날에는 굴뚝에서 연기가 난다는 것은 그 날 먹거리가 해결이 되었다는 뜻이다. 먹거리를 해결하지 못하는 주변의 사람들은 이웃의 굴뚝에서 피어오르는 연기를 보면서 허기를 더 강하게 느꼈을 것이다. 그래서 식욕처럼 본능적이다 싶게 올라오는 강한 욕구를 굴뚝으로 표현했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싶다."

"둘째, 옛날에 꿀떡은 꿈에서도 그리는 환상의 음식으로 그것을 먹고 싶은 마음은 대단했을 것이다. 그래서 매우 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할 때 "마음은 꿀떡같다"는 표현을 사용했다. 그러던 것이 떡이 과자와 빵에 밀려나는 세태에 따라 꿀떡이라는 말도 별로 쓰이지 않게 되자 우리가 흔하게 들을 수 있고 쉽게 생각이 미치는 굴뚝으로 와전된 것 같다."

"셋째, 한자 '乞得'에서 유래했는지도 모른다. '껄떡대다', '껄떡쇠' 등은 '걸득'에서 나온 말이고, 시간이 지남녀서 '껄떡'이 '굴뚝'으로 와전되었을 것이다. 정확하게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아마도 첫 번째 의견이 가장 타당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어떤 네티즌은 '굴뚝'이라고 단언한다. 옛날에는 아궁이에 땔감을 넣고 불을 피우면 온돌이 깔린 방을 지나서 굴뚝으로 연기가 나는데, 그렇지 못하면 온돌이 내려앉았다는 뜻이니 연기는 당연히 방안에 가득 차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뭔가 막혀서 답답하게 일이 진척이 않을 때 "마음은 굴뚝같은데…"라는 표현을 하게 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설명이나 주장들이 일리는 있어 보이지만 필자로서는 '굴뚝'보다는 '꿀떡'을 택하고 싶다. 아무리 생각해도 "마음이 굴뚝같다"는 말은 "마음이 꿀떡같다"는 말에 비해 '강한 욕구'를 나타내는 의미의 강도가 너무 약하다.

어쨌든 '꿀떡'을 생각하면 먹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만 '굴뚝'은 연기만 연상될 뿐이다. 한가지 덧붙이고 싶은 것은 지금까지 글을 쓰면서 한번도 "마음은 굴뚝(꿀떡)같다"는 표현은 해보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어느 것이 바른 표현인지 모르기 때문이다. "모르면 손을 빼라"는 바둑격언이 생각난다. <04.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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