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시기 머시기... 짧게 씀으로써 오히려 더 선명하게 전달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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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8/27 (10:44) from 211.211.88.254' of 211.211.88.254' Article Number : 10
Delete Modify 이규섭 Access : 8713 , Lines : 15
무욕의 삶엔 향기가 납니다
꽃이 아름다운 것은 향기가 있기 때문이고, 야생화가 살가운 것은 우리 땅에 자란 우리 꽃이기 때문입니다. 모란은 탐스럽지만 향기가 없기에 벌과 나비가 찾아들지 않습니다.

사람도 마찬가지로 제마다 독특한 향기가 있습니다. 잘난 사람은 잘난 대로 못난 사람은 못난 대로 향기가 있게 마련입니다. 나 보다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사람이나, 멀리 있어도 그리운 사람은 인간미가 물씬 풍기는 향기 나는 사람입니다.

지난 8월11일 87세로 타계한 '무욕의 국악인' 연정(燕亭) 임윤수 선생은 무소유(無所有) 무정처(無定處)의 삶을 살다 가셨기에 그 분의 빈소에서도 연꽃의 향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1981년 평생을 수집해온 국악기와 국악관련 자료 2만여점을 대전시에 쾌척하여 '대전시립연정국악원'을 설립하는 계기를 마련해 초대 연정국악원장을 역임했지요. 당시 연정이 기증한 자료 가운데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악학궤범'과 국내 유일본인 '졸장만록', 500년 이상 된 거문고 등이 포함돼 있어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재벌그룹문화재단과 대학에서 거액을 제시하며 팔라는 유혹도 뿌리쳤습니다.

저와의 인연은 '별난사람들' 기획시리즈를 취재하면서 만났습니다. 기자들의 속성이란 취재원과의 지속적인 만남이 쉬지 않은 것이 대부분이죠. 그러나 연정선생은 전국을 바람처럼 떠돌아다니며 전통음악을 전승하는 가운데서도 머무는 곳마다 제게 연락을 주셨습니다.

마곡사에서 스님들을 대상으로 '범패'를 지도할 시절에도 마곡사에 초청해주셨고, 팔순이 넘어 공주연정국악원을 꾸려가면서도 초대하여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노소를 가리지 않고 어울리는 연정선생의 풋풋한 인간미가 새삼 떠오릅니다.


가진 것이 많아도 더 채우기 위해 아등바등하는 세상에 무욕의 삶을 사는 사람에게는 순백의 향기가 묻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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