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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8/17 (18:04) from 211.249.46.53' of 211.249.46.53'	Article Number : 588
박연호 (ynhp@naver.com)	Access : 334 , Lines : 40

Re:

변변찮은 글 후하게 평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개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국가 또는 이념이라는 이름하의 폭력에 우리 모두 아물지 않은 상처를 지니고 있습니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그 중에서도 Lyu선생의 아버님처럼 상처가 더욱 깊으면서도 쉽게 표현하지 않고 묵묵히 그리고 의연하게 살아가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제 주변에도 그런 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 저만 잘 났다고 나대는 사람들이 알게 모르게 그런 이들의 상처를 덧나게 하는 풍토가 유감스러워 모두 반성을 해보자는 뜻에서 한번 다루어 본 것입니다. 이에 공감해주신 Lyu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건투를 빕니다. 박연호.

Lyu wrote:
>박연호님의 칼럼은 부드러운 어조로 울림이 강한 메세지를 전하고 있어서, 즐겁게 읽고 있는 칼럼입니다.
>
>특히 6.25관련 '죽어도 풀리지 않을 한'이라는 점을 저희 아버지 께서도 가지고 계신것 같아 이렇게 피드백을 보내봅니다.
>
>일단, 이런 종류의 고통에 새삼 눈뜨게 된 좋은 기회를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저희 아버지께서는 그리 부끄러워 하시는 것 같지는 않지만, 단지 표현을 직접적으로 하시나, 안으로 삭이사냐의 차이겠지요.
>
>제 주위에 보면 희안하게도 고등학교 대학교 졸업을 한 부모님 밑에서 큰 사람들이 많고(작가님의 분포도에 의하면 분명 국졸 중졸이신 부모님의 분포도가 많아야 할텐테 말입니다.), 실은 중졸이신 부모님을 두었다는 사람은 아직도.. 만나본적이 없습니다.(숨겨서 그런 것일까요?)그런 속에서 스스로, 때로는 주위에 의해서(회사 입사원서에 아버지 학력(무슨무슨 고등학교 졸 무슨무슨 대학교 졸등)을 적어 넣어야 할때등이요. 저희 아버지께서 초등학교 중퇴라는 사실에 위축되었고 숨기고 싶음을 참기 힘들었던 것이 사실입니다.(제가 기억하는 한 숨긴적은 없지만 말입니다. 걍 고통스러웠다는 말입니다. 어디서오는 고통인지, 스스로에 대한 자괴감과 모멸감의 존재는 대체 뭔지 아직도 모르겠지만요..)
>
>글쎄요,
>
>부끄러워했던 제가 불효한 자식인 건지, 아니면 부모님의 학력으로 그 사람을 평가하는 풍토가 기이한건지.. 너무나 만연한 분위기에 스스로 질려했던 과거와 현재가 있습니다.
>
>게다가 저희 아버님의 경우는 과거 연좌제(6.25당시 월북하신 할아버지께서 북에서 돌아가심)까지 적용되셔서 여러가지 어려움이 많았다고.. 젊은시절 해외로 나갈 수 있는 기회따윈 부여되지 않았었다고 가슴아프게 회고하시는 것을 지금보다 좀더 어린시절 여러번 들은 기억이 있습니다.
>
>개인적으로 님의 칼럼을 읽으면서,
>마지막에 언급하신 부분에 동감했습니다.
>그렇겠죠..
>인간의 권리를 전쟁이라는 이름으로 그렇게까지 짓밟은 제도라는것이, 빨갱이(로 의심되는)의 자식들은 사회적으로 매장시켜야한다는 제도가 하나의 선으로서 존재했던 사회를 거쳐오신 한이 결코 죽어서도 풀리지 않겠지요.
>
>뭐, 그런것이겠지요.
>
>저도 성인으로서 사회의 일원이긴 합니다만, 제 가족의 역사로 인해 저또한 싫든좋든 그런종류의 한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깨어있어야 할 의무를 느낍니다. 최소한 외면하면 안된다는 의식같은게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
>해서,
>
>감사합니다.
>
>비슷한 다른 분들도 존재하시는것을 보며, 새삼 아버지의 학력이나 직업(트럭 운전을 하셨던)이 아버지의 잘못이나 무능력의 차원에서 얘기할 수없는, 우리가 평소 감안할 수 있는것 이상의 불가항력, 시쳇말로 하는 흔히 내뱉는 시대의 아픔이라는 그 말의 진정한 의미에 개인적으로는 한걸음 다가선 것 같습니다. 이런 종류의 아픔은 유전이 되어야 하는가 아니면 열성유전으로 사라져야 하는가 하는 개인적인 의구심은 있지만요..
>
>뭐, 자부심까지는 (절대)아니지만, 최소한 타인의 부모님을 그런식으로 재단하는 사람이 있다면 경멸을 해줄수는 있을것 같긴합니다.
>
>그럼. 열심히 지켜보겠사오니.. 앞으로도 억지로 우리자신 스스로가 가리고 있는, 가리고 싶어하는 부분을 다루어주셨으면 합니다. 과거이든 현재이든간에요.. 한꺼풀 한꺼풀 벗겨질때마다 지켜봐야하는 의무에 가슴은 아프지만, 스스로 의무를 다하겠다는 의지로 지켜볼 생각입니다.
> 한꺼풀한꺼풀 다 벗겨낸 그 끝에 새살이 돋을 그 무엇이 있을지.. 과연 그 끝은 어디일지 눈부릎뜨고 지켜볼까합니다.
>
>
>좋은 계기가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