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12월 29일 칼럼니스트 COLUMNIST No.190
1999.09.19 창간 서울칼럼니스트모임 (Seoul Columnists Society) 주4~5회 발행
http://columnist.org
*지난호 보기 *누구나 칼럼 *의견함
인터넷 고해사이트가 던져주는 의미

우리나라에도 인터넷으로 고백성사를 하는 사이트가 몇 군데 생겨나 네티즌들에게 제법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더구나 연말이어서인지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 고해사이트를 방문해 자신이 저지를 잘못을 글로 남기고 이를 읽어 본 사람들이 「용서」를 해주는 등 분위기가 무척 진지하다.  

「인터넷고해」는 육성이 아니라 글로 하는 것만 다를 뿐 자신의 잘못을 고백하고 용서를 받는다는 점에서 마치 성당에서 신자들이 신부에게 고해성사를 하는 것과 비슷한 느낌을 준다.

현재 많이 알려진 사이트로는 「인터넷 고해소(www.allforgive.net)」와 「회개 사이트(www.repent.co.kr)」라는 곳으로, 한쪽은 운영자가 "종교적으로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밝힐 만큼 비종교적인 사이트이고 다른 쪽은 현직 목사가 운영하는 종교적인 사이트이다.

고해사이트를 방문해 보면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용서를 비는 여러 가지 글들이 올라와 있다. 부모에게 반항했던 일, 친구를 왕따시킨 일, 불륜의 사랑을 꿈꾼 일 등을 뉘우치는 글을 읽어보면 가슴이 뭉클해지거나 찡하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지난 8월 문을 연 인터넷 고해소는 자신이 부모나 친구, 연인에게 잘못을 저질렀을 때 용서의 글을 올리고, 이를 본 상대방이나 다른 네티즌들이 「용서버튼」을 눌러 용서해주는 방법을 쓰고 있다.

용서의 글을 쓰는 사람은 자신의 잘못을 스스로 평가해 용서받을 클릭회수를 설정하는데 그 만큼의 용서버튼이 클릭되면 「최종 용서된 글」로 등록돼 「죄 씻음」을 받게 된다.

개설자의 얘기를 들어보면  "잘못을 참회하는 글을 남긴다고 해서 용서되는 것은 아니지만 글을 쓴 뒤 마음이 편해진다는 것이 회원의 반응"이라며  "이 사이트가 삭막한 사회를 좀더 따뜻하게 만드는데 한 몫 했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갖고 있다.

또 다른 사이트는 경건하고 종교적인 고해를 원하는 네티즌들을 위해 현직목사가 최근에 개설한 사이트로, 이 곳은 현실세계의 교회나 비슷한 역할을 하고 있어「사이버교회」라고 할 수 있다. 우상숭배, 절도, 탐심, 간음 등 성경 십계명 10개 항목으로 나뉜 게시판에 개인의 고해내용에 따라 회개의 글을 올리면 목사가 직접 용서와 위로의 답글을 써준다.

이 사이트에는 하나님께 보내는 글 외에도 친구나 가족, 연인, 동료에게도 글을 쓸 수 있도록 해놓았으며 기독교인이 아닌 사람도 회개할 수 있는 코너를 마련해 놓았다.

사이트 개설자는 인사말에서 "우리의 마음을 억누르는 모든 무거운 짐을 함께 고민하며 죄를 사하시는 하나님께 기도하는 장소가 되고, 언제나 문을 열고 들어 설 수 있는 교회당 같은 곳이 되기를 바란다"고 적어 놓았다. 말하자면 인터넷상에 세운 가상교회인 셈이다.

그렇다면 고해성사가 중요한 의식중의 하나인 천주교에서는 어떤 견해를 갖고 있는지 궁금해지는데 그 해답은 나와있다.

지난 1월 유럽의 프리미어 크리스찬 라디오방송이 「참회자」라는 이름의 신앙고백사이트를 개설했다는 뉴스가 외신으로 전해진 일이 있다. 이 문제를 놓고 종교계에서는 당연히 논란이 빚어졌다. 개신교측은 비교적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으나 카톨릭측은 단호하게 불가론을 폈다.

바티칸 교황청의 반응은 다음과 같았다. "고해성사는 전화나 전자우편, 대리인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본인이 신부와의 면접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카톨릭신자들이 인터넷을 통한 참회행위는 인정하지 않겠다."

필자도 지난 1월 이 문제에 대해 견해를 피력한 바 있다. 고행성사라는 것이 하나의 엄숙한 「종교의식」인데 사람이 아닌 컴퓨터에 대어놓고 신앙고백을 한다는 것은 이미 종교적인 의미를 잃었다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다.

기계문명이 발달하면 할수록 우리 인간이 기계의 노예가 될 수밖에 없음은 잘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은 일까지 기계(컴퓨터)에 의존한다는 것은 인간의 자존심을 버리는 거나 다름없지 않은가.

고해성사를 사람이 아니라 기계(컴퓨터)앞에서, 육성이 아니라 글(e메일)로 하는 행위야말로 심하게 말하면 우리 스스로 「감성을 가진 인간」임을 포기하는 거나 다름없다고 하겠다.

물론 자신의 고민이나 잘못을 어떤 형식으로든 남에게 털어놓고 용서를 비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고 또 본인에게는 무척 위안이 되는 점은 큰 의미가 있다고 보아진다.

 인터넷상에서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는 글을 올려 다른 사람들로부터 용서를 받는 매우 인간적이지만, 종교의식으로서의 고해성사를 컴퓨터를 통해서 한다는 것은 참으로 비인간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고백사이트가 종교적인 성격을 띠는 것에는 반대입장이다. 인터넷으로 신앙고백을 한다는 것은 종교마저 기계의 지배를 받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기 때문이다.

---------------------------
이재일
월간 인터넷라이프 편집인.편집국장
2000.12.29
---------------------------------
http://columnist.org 서울칼럼니스트모임

[칼럼니스트]를 이메일로 받으실 수 있습니다. 친구나 친지께도 권해 보십시오.


Email 구독 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