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12월 28일 칼럼니스트 COLUMNIST No.189
1999.09.19 창간 서울칼럼니스트모임 (Seoul Columnists Society) 주4~5회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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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호 보기 *누구나 칼럼 *의견함
21세기 이제야 온다네

진짜 새 밀레니엄, 진짜 21세기는 2001년 1월1일 시작된다는 거 알고 있냐? 그럼, 2000년 1월1일 요란법석은 뭐였냐고? 그거 사기였지. 아무한테도 피해가 없는 사기였단 말야. 장사꾼들 수작이야.

지구 위 그 많은 사람들이 사기에 왜 넘어갔느냐고? 몇몇 사람들이야 "21세기 되려면 1년 더 남았어." 했지만, 나머지 사람들은 모두 귀담아 들으려고 하지 않았단 말야. 1999가 2000으로, 그러니까 첫머리 숫자 1이 2로 바뀌는 거 짜릿하잖아. 2000이란 숫자, 0이 세 개 있어서 멋도 있고.

그런데, 똑똑한 사람들이 몰려 있다는 신문사와 방송사가 왜 장사꾼 수작에 그냥 다 끌려갔냐고? 언론사 그 사람들 원래 앞당기는 거는 도사 아니냐. 내일 거를 오늘 만들고, 다음 달 거를 한 달 앞당겨 만드는 사람들이라고. 그리고 말야, 그 사람들 광고주라고 하는 장사꾼한테는 되게 약하다고. 광고주가 한 판 벌이자고 하는데, "아냐, 우리는 1년 뒤에 할 거야." 하고 광고잔치 사양하겠어? 딴 언론사들이 다 하는데 독야청청하다가는 바보가 될 수도 있고 말야.

그리고, 보통 사람들이 다 2000년 쪽을 원하는데 뭐 중뿔나게 바로잡네 하고 나서겠나. 이 점에서는 정치가도 마찬가지지. 국민이 원하는데...

사람들이 왜 앞당기기를 바랐을까? 그야, 빨리 지긋지긋한 20세기에서 빠져 나오고 싶어서였겠지. 또 세기가 바뀌면 뭔가 크게 바뀔 것 같은 환상에 사로잡혀 있었거든. 그래 뭐가 달라졌나? 개뿔도 달라진 건 없어.

그래도 영국 신문 더 타임스는 201년 전인 1799년 12월 26일자 신문에 "19세기는 1801년 1월1일부터 시작된다."는 기사를 냈다네. 그 때도 사람들이 며칠 뒤인 1800년 1월1일에 19세기 시작 잔치를 벌이고 싶어서 안달이 난 거야. 그러면 안 된다는 사람도 있고 해서 논쟁거리가 된 거지. 독자들이 신문사에 어느 게 맞느냐고 편지들을 많이 하니까 시비를 가려 준 거야. 그 더 타임스도 지난해엔 그런 기사 안 냈다지 아마.

사실 지난해 국내서는 국립천문대에 있는 연구원 한 분이 언론사들에 21세기는 2001년에 시작된다고 이메일을 보냈네. 누가 뭐래도 과학자는 진리를 말해야 하니까. 그런데,올해는 포기했나봐.

아직도 아리송해? 서력기원 첫 해가 0년이 아니라 1년이라는 걸 생각해 보라고. 진짜 새 밀레니엄에 대해 더 알고 싶으면, 외국 거라 영어로 돼 있지만 http://www.greenwich2000.com/ 이나 http://www.usno.navy.mil/millennium/ 에 가 봐. 이런저런 재미있는 게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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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강문

대한매일 논설위원
2000.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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